‘비운의 화가’ 백윤문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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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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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 수제자→기억상실→36년 만에 회복→재기展 뒤 별세

내달 30주기 회고전

비운의 화가로 알려진 향당 백윤문의 ‘분노’. 사진 제공 백송화랑
비운의 화가로 알려진 향당 백윤문의 ‘분노’. 사진 제공 백송화랑
이당 김은호의 수제자로 20대 시절부터 화단에서 주목받은 향당 백윤문(1906∼1979). 산수 인물 화조에 두루 능했던 화가는 일제강점기 선전(鮮展)에서 특선과 입선을 거듭하지만 민족적 색채의 작품을 그렸다는 이유로 고초를 겪는다. 설상가상 그는 기억상실등 정신적 질환을 얻어 붓을 놓는다. ‘비운의 화가’로 불린 그는 36년 만에 기적처럼 회복한다. 1978년 재기전을 연 뒤 이듬해 타계한다.

향당의 30주기를 기리는 회고전이 2월 1∼28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백송화랑에서 열린다. 전시에서는 ‘분노’ ‘건곤일척’ 등 25점을 선보인다. 향당의 며느리인 송영희 백송화랑 대표에 따르면 ‘분노’에는 사연이 담겨 있다. 한국인과 일본인이 장기를 두다 다투는 그림은 1935년 선전에서 특선으로 결정됐다가 반일 감정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입선으로 강등됐다는 것.

송 대표는 “한복 입은 사람만 그렸던 아버님은 민족정신을 담은 그림 때문에 경찰에 끌려가 심문을 받았고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로 병을 얻으셨다”며 “아버님을 비롯해 불우한 시대를 살았던 근대 화가들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02-730-582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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