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로부터의 독립… 록밴드 ‘넬’ 3집앨범 ‘힐링 프로세스’

  • 입력 2006년 9월 27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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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 기자
김미옥 기자
"왜 그렇게 진지하고 암울하죠?"(기자)

"잘 모르겠어요. 음악을 하는 순간 저희도 모르는 사이 진지해져요. 하지만 일부러 피하려 들진 않아요."(김종완·보컬)

1980년 생 동갑내기 4명에게 툭 던진 질문 치고는 진지한 대답이 돌아왔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2002년 서태지에게 발탁돼 두 장의 메이저 음반을 발표한 록 밴드 '넬'. '스테이', '땡큐' 등 감성적이다 못해 암울한 이들의 음악에 사람들은 마치 독한 향수에 마취되듯 빠져들었다. 이젠 그 암울함에서 벗어날 때도 됐건만 1년 10개월 만에 발표한 메이저 3집(통산 5집) '힐링 프로세스'는 더 깊은 우울증에 걸린 듯 하다. 더 암울해진 음악 사이로 서태지와의 작별을 선언한 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실체조차 알 수 없는 '힐링 프로세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① 태지 형과의 작별인사

"서태지컴퍼니와 계약 기간이 끝나 소속사를 옮겼어요. 그간 '포스트 서태지'라며 전에 없던 후광을 받아 부담도 됐지만 평생 태지 형 이름을 달고 살 순 없잖아요."(이재경·기타)

"2002년 (서)태지 형이 저희를 발탁한 건 언더그라운드에 있는 좋은 팀을 메이저로 이끌어주고 싶다는 취지였죠. 하지만 태지 형이 '이제 넬은 충분히 자생력을 갖춘 것 같다'라고 말했어요. 우리도 이제 태지 형을 떠나 한 단계 앞으로 나가야 할 것 같아요."(김종완)

② 소외에 대한 치유

"이번 앨범의 주제는 '소외'와 '소멸'이에요. 우리가 살면서 겪는 소외나 희망이 소멸되는 모습들을 치유하고 싶었어요. '나 같은 어려움을 지닌 사람들이 또 있구나'라고 느끼듯 위안을 받으면 될 거에요."(정재원·드럼)

타이틀 곡 '마음을 잃다'부터 '안녕히 계세요', 아코디언 소리가 구슬픈 듯 들리는 '어떻게 생각해' 등은 과거 히트곡 '스테이'나 '땡큐'를 넘어 더 예민해졌다. 마치 극단의 우울함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듯.

③ '넬'을 위한 희망가

이번 음반은 그간 음악을 만드느라 지친 멤버들을 위한 '자양제'와도 같다. 두 장에 17곡이나 담은 것도 치유에 치유를 거듭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

"사실 이 음반은 우리를 위한 음반이기도 해요. 음악적으로 한계에 도달해 녹음하다 쓰러진 적도 많지만 다 만들고 나니 '내가 하고 싶은 게 이거구나'라며 위안이 되더라고요. 처음으로 내 자신에게 '수고했다'라고 외쳤어요."(김종완)

아직 살아갈 날이 더 많은 20대 중반의 청년들.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까. 그러자 "슬플 때도 기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하는 현실", "록 불모지인 한국에서 밴드 생활을 하는 것" 등등 신세 한탄이 쏟아진다.

"언더그라운드 시절도, 태지 형과의 추억도 이젠 과거지사가 됐지만 우리는 그저 간섭받지 않고 음악을 할 뿐이에요. 그러다 힘들면 이 음반 들으며 치유하면 되겠죠?"(이정훈·베이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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