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빙판길 꽈당’ 방치하면 두고두고 ‘骨病’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코멘트
넘어지기 좋은 계절이다. 낙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평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넘어지기 좋은 계절이다. 낙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려면 평소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는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기온이 급격하게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거리가 온통 얼어붙었다. 빙판길에서 넘어지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머리에 충격을 받으면 뇌진탕에 걸릴 수 있다. 물론 뇌진탕은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그러나 당장은 아니더라도 ‘낙상(落傷)’으로 인해 1∼2년 뒤 몸을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다. 낙상을 단순 사고쯤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골절 등 낙상으로 인한 증상은 사고 직후에 나타날 수도 있지만 뒤늦게 서서히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게 되면 소염 파스를 붙이는 것으로 치료를 끝낸 사람들은 큰 고통을 겪기 마련이다. 무관심이 병을 키우는 꼴이다.

▽골절, 방치하면 안 된다=넘어졌을 때 손바닥으로 땅을 짚고 난 뒤 손목이 욱신거릴 때가 있다. 며칠 있으면 괜찮겠지 하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손등 뼈가 변형돼 포크처럼 갈라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손목 골절은 사고 직후에 깁스를 하면 대부분 바로 뼈가 붓는다. 그러나 방치했다가 수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젊은 사람은 반사 신경이 있어 손바닥으로 땅을 짚지만 노인의 경우 엉덩이로 넘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아무렇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상당수가 엉덩이관절 쪽이 부러지거나 금이 간다. 엉덩이관절 손상은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 즉각 정형외과를 찾는 게 좋다.

엉덩이로 넘어졌을 때 다치기 쉬운 또 하나의 부위가 척추다. 이 경우 허리와 등에 심한 통증이 느껴지며 때로는 가슴이나 배 쪽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그대로 두면 만성요통은 물론 척추가 기형적으로 변형될 수도 있다. 병원에서는 골절 정도에 따라 허리보조기를 착용케 하거나 심하면 수술을 한다. 최근에는 주저앉은 척추 안에 특수 풍선을 넣고, 그 안에 ‘뼈 시멘트’를 채워 척추를 복원하는 방법이 많이 쓰이고 있다.

▽나이별로 다치는 곳 다르다=아이들은 넘어져도 가벼운 타박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손이나 팔에 멍든다 해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다만 손목이 크게 부어올랐거나 통증 정도가 심하다면 반드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성장판이 다쳤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성장판은 연골 조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방사선 검사에서도 안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의사에게 아이의 상태를 부모가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줘야 한다.

20대에서 40대까지는 넘어졌을 경우 주로 발목이나 무릎 관절에 이상이 잘 생긴다. 유연성이 있기 때문에 손목 골절은 덜 한 편이며 심한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 다만 2∼3일이 지났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노인들은 균형 감각이 떨어지고 뼈엉성증(골다공증) 환자가 많기 때문에 낙상의 가장 큰 피해자다. 손목 골절보다 엉덩이관절 골절로 인한 피해가 크다.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장기 투병으로 이어져 폐렴이나 욕창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응급조치를 잘 하라=골절이 됐다면 다친 부위를 살짝만 눌러도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그러나 섣불리 뼈를 맞추려고 손을 대면 안 된다.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다. 바로 응급실을 찾는 게 가장 현명하다. 119에 도움 요청 전화를 건 뒤 다친 부위에 손을 대지 않으면서 부목을 대고 고정해 주는 게 좋다.

골절은 아니지만 다친 부위가 부었을 때는 얼음찜질을 하는 게 좋다. 염증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운찜질을 하면 혈액순환이 활발해져 관절 안에 있는 효소 활동을 증가시킨다. 아주 드물게는 이럴 때 더운찜질을 하면 염증이 악화되면서 뼈를 다칠 수도 있다.

얼음찜질을 할 때는 직접 얼음을 대기보다는 비닐주머니에 얼음을 넣고 수건으로 한 겹 감싼 뒤 문지르는 게 낫다. 부어오른 부위가 크면 넓은 그릇에 얼음물을 만들어 담그면 된다.

2∼3일간 얼음찜질을 했는데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거나 악화했다면 관절에 이상이 생겼거나 뼈에 미세한 금이 있는 경우다. 이때는 빨리 정형외과를 찾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만약 넘어지면서 출혈이 생겼을 때는 지혈이 더 시급하다. 솜이나 깨끗한 천으로 감싸 주되, 반드시 피가 나는 부위는 심장보다 높게 해야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낙상 사고 막으려면▼

낙상 사고는 불의에 당하기 때문에 예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넘어지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넘어질 확률을 낮추거나 후유증을 줄일 수는 있다.

우선 외출할 때에는 옷을 가급적 따뜻하게 입도록 한다.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면 손을 주머니에서 빼야 하는데 장갑을 늘 끼고 다니면 해결된다. 또 노인들은 나갈 때 반드시 지팡이를 지니고 다니도록 한다. 신발은 굽이 낮고 폭이 넓으며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것을 고른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힘을 쓰다가 뒤로 넘어질 경우 부상이 더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과감히 넘어지는 게 오히려 좋을 수 있다. 이를 대비해 엉덩이에 패드를 대고 다니면 좋다.

넘어질 수 있는 환경을 줄이는 것도 방법이다. 좀 돌아서 가더라도 빙판길은 피하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벽을 짚고 다니도록 한다.

노인의 경우 낙상 사고로 인한 골절은 밖에서보다 실내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사실상 집이 더 큰 위험지대인 것이다. 집안부터 돌아볼 일이다.

실내조명이 어둡다면 형광등을 새것으로 갈아끼워야 한다. 목욕탕 바닥에는 고무 소재의 미끄럼방지 매트를 부착하고 벽에는 손잡이를 붙이도록 한다. 방이나 마루에는 항상 두꺼운 카펫을 깔도록 하고 카펫이 움직이지 않도록 구석은 바닥에 테이프로 고정한다. 방과 마루에는 노인의 이동에 방해가 되는 아이들 장난감이 함부로 나뒹굴지 않도록 하는 것도 잊지 말자.

낙상 후 부상이 커지는 것은 노인의 경우 대부분 뼈엉성증이 있기 때문이다. 칼슘 부족이 원인. 그러나 노인의 경우 칼슘을 먹는다 해도 효과가 없다. 30대부터 우유, 치즈, 멸치 등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미래의 골절’을 막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현재 뼈엉성증이 심하다면 골밀도 검사를 다시 받아 약물 치료를 해야 한다.

몸에 힘과 균형감이 있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평소 맨손체조나 등산과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 주는 게 좋다. 또 식사량을 충분하게 유지해 너무 몸에서 힘이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