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곤교수의 Really?]TV 음성변조는 ‘진동수 조절’의 마술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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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륨 풍선에서 나오는 기체를 입에 넣고 말하면 디즈니 만화의 도널드 덕처럼 목소리가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소리의 독특한 성질 때문에 나타나는 이 현상은 사실 TV에서 음성을 변조할 때도 이용된다.

사람의 목소리는 목청이 진동해서 나온다. 그런데 똑같은 높이의 소리를 낸다고 해도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소리의 색깔’ 즉 음색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목에서 소리가 나올 때 여러 가지 진동수의 소리가 섞여 있다. 이 가운데 특정 진동수의 소리들이 함께 울려(공명) 가장 크게 들릴 뿐이다. 즉 공명을 일으키는 높이의 소리가 가장 크게 나고 여기에 다른 진동수의 소리들이 조금씩 섞여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여러 소리가 합쳐져 특정한 음색이 나타나는 것이다. 똑같은 ‘도’라도 피아노와 바이올린에서 나는 소리가 다른 이유다.

우리 목소리가 변하는 것은 바로 공명 진동수의 변화 때문이다. 헬륨을 들이마시면 목소리는 우선 헬륨을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대기압에서 헬륨의 밀도는 공기보다 작기 때문에 소리의 전달속도가 더 빨라져서 공명 진동수가 커지고 따라서 높은 소리를 듣게 된다.

TV에서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게 음성변조를 할 때 이 원리를 활용한다. 기계를 이용해 간단하게 공명 진동수를 조금 높이면 전혀 다른 목소리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인간이 소리에서 모음을 구별하는 정보는 200∼8000Hz(헤르츠·1Hz는 1초에 1회 진동한다는 의미)에 담겨 있다. 그런데 전화기는 300∼3000Hz 소리만 전달하는 게 한계다. 따라서 우리는 전화기를 통해 상대방의 목소리를 잘 알아듣기는 하지만 높낮이가 다채롭기 마련인 음악은 약간 어색하게 느끼게 된다. 모음 구별이 잘 안돼 풍부한 음색이 표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성에게 전화로 프러포즈를 할 때에는 말로 속삭일 뿐 노래는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다.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cha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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