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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1년 앞둔 ‘누리호’… 거대한 액체엔진 굉음에 심장이 멈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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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1년 앞둔 ‘누리호’… 거대한 액체엔진 굉음에 심장이 멈출 듯

고흥=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0-01-20 03:00수정 2020-01-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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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 나로우주센터 가보니
1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누리호의 1단을 조립하고 있다. 1단에는 75t급 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 기술로 한데 묶여 들어가지만, 이날 현장에서는 아직 설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고흥=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15일 전남 순천역에서 내려 차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1년 앞으로 다가온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첫 발사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예상과 달리 평온한 모습이었다. 나로우주센터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에 오르자 멀리 추진기관 시험동에서 갑자기 ‘쿠쿠쿠쿠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건물에서 내뿜는 엄청난 굉음은 약 1.2㎞ 떨어진 곳에서도 또렷이 들릴 정도로 낮고 웅장했다. 이날 시험동에선 누리호의 심장인 75t 액체엔진 성능을 검증하는 139번째 연소 테스트가 진행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누리호 발사 준비가 한창인 나로우주센터를 언론에 공개했다.

누리호는 1.5t 무게의 인공위성을 고도 600∼800㎞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다. 길이 47.2m, 무게 200t인 발사체 개발에 총 1조9572억 원이 투입됐다. 누리호는 2021년 2월과 10월 두 차례 발사가 예정돼 있다.

누리호는 75t 액체엔진 4개로 이뤄진 1단과 75t 액체엔진 1개로 만든 2단, 7t급 액체엔진을 장착한 3단으로 구성된다. 1단의 추력 300t은 쏘나타급 승용차 200대를 하늘로 밀어 올릴 수 있는 힘이다. 2018년 11월 누리호 2단에 해당하는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며 75t 액체엔진에 대한 검증을 마쳤다. 현재는 1단과 3단의 검증이 진행 중이다.


연소시험을 마치고 두 시간쯤 지나서야 이날 시험의 주인공인 엔진 실물을 볼 수 있었다. 지상연소시험설비에 단단히 연결된 엔진에선 여전히 열기와 함께 매캐한 기름 냄새가 났다. 한영민 항우연 엔진시험평가팀장은 “75t 엔진은 1초에 케로신(등유) 100㎏, 산화제 150㎏을 태우며 2000도의 고온을 내뿜는다”며 “조금 전 엄청난 수증기는 엔진을 400도로 식히기 위해 1초에 1.4t의 물을 쏟아부으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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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용 75t 엔진은 2월 중순까지 6차례의 시험을 더 거치면 개발이 완료되고 이후 검증시험에 들어간다. 75t 엔진은 지금까지 22기가 제작됐고 17기가 시험을 거쳤다. 이달 8일 기준으로 누적 연소시험 시간만 1만3065초에 이른다. 75t 엔진은 1단은 최소 127초, 2단은 140초를 날아야 한다. 3단에 들어가는 7t급 엔진은 510초를 날아야 한다. 지금까지 9기를 제작했고 연소시험은 77회, 누적시험 시간은 1만2325.7초에 이른다. 최근 시험에서는 750초간 연소에 성공했다. 7t 엔진은 2월 중 인증모델(QM·실제 발사체와 성능이 똑같지만 지상에서 시험만 하는 모델) 종합연소시험이 마무리되면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마친다.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어지는 도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나로우주센터는 2013년 한국과 러시아가 공동 개발한 2단 발사체인 나로호에 맞게 설계됐다. 지금은 누리호에 맞도록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나로호보다 길이가 14m 긴 누리호를 눕혀서 운반하면 좁은 도로를 돌기 어려워 도로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관제센터도 개편에 들어간다. 항우연 관계자는 “내일부터 바로 세부 시스템을 누리호 체계에 맞추기 위한 공사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15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이뤄진 75t급 엔진 시험 장면이 공개됐다. 하얗게 피어나는 수증기는 2000도까지 치솟는 엔진의 열을 식히기 위한 냉각수가 증발한 결과다. 고흥=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누리호를 하늘로 올려 보낼 발사대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누리호 발사대는 나로호 발사대 옆에 짓고 있다. 2018년 발사된 시험발사체는 나로호 발사에 사용된 발사대를 개조해 사용했다. 하지만 누리호는 나로호보다 훨씬 길어 같은 발사대를 사용하지 못한다. 새 발사대는 누리호를 세운 상태에서 연료와 전기를 공급하는 높이 45.6m ‘엄빌리컬 타워’와 발사체에 사람과 장비가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지지대로 구성된다. 강선일 항우연 발사대팀장은 “새 발사대는 국내 연구진이 독자 기술로 건설하고 있다”며 “현재 공정은 93%로 올 10월까지 완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발사대를 완공하는 대로 누리호 QM을 세워 기능을 확인할 계획이다.

잠실실내체육관 크기에 가까운 발사체 조립동에서는 1단과 3단을 시험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이날 공개된 1단에는 아직 75t 엔진을 설치하지 않고 연료 배관만 완성된 상태다. 나로호 1단에는 엔진 1기가 들어갔지만 누리호 1단에는 75t급 엔진 4개가 들어간다. 이른바 ‘클러스터링’이라는 이 기술은 한국이 처음 도전하는 기술이다. 엔진 4개가 정확하게 정렬해야 해 부품이 단 0.001㎜라도 틀어지지 않아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고 본부장은 “1단 조립은 지금까지 한 작업 중 가장 까다롭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올해 상반기까지 누리호에 들어갈 모든 엔진 개발과 연료 주입 실험을 마칠 계획이다. 늦어도 올가을에는 1단을 조립하고 75t 엔진 4개를 묶어 처음으로 연소시험에 들어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소시험에 성공하면 300t급 엔진을 하나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는다.

고 본부장은 “시험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1∼3단을 조립해 내년 2월 첫 비행시험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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