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님, 차 사려면 OOO 흰색이 최고” 피싱범 잡은 택시기사의 기지

  • 동아닷컴
  • 입력 2022년 9월 28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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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에서 한 택시기사가 예리한 촉과 기지를 발휘해 손님으로 탄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경찰에 넘겼다.

경기남부경찰청이 28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안성시청 인근 대로변에서 택시기사 A 씨는 ‘콜’을 부른 여성 승객을 태웠다.

평택으로 향하던 두 사람은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승객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데 투자자에게 돈을 받으러 간다”고 용무를 설명했다.

A 씨가 “회사 법인 통장으로 입금받지 않고 왜 직접 수거하냐?”고 묻자 여성은 “저희 회사는 그렇게 한다”고 답했다.

기사는 이때부터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여성은 가다가 한 장소에 들러 택시를 대기시킨 뒤 갑자기 나타난 검정색 승용차에서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A 씨는 여성을 기다리는 동안 일단 112에 신고했다.

다시 택시에 탄 여성은 갑자기 목적지를 바꿔 경기 하남으로 가달라고 했다. 이 말에 A 씨는 범죄와 연관돼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이동하는 동안 경찰에게서 전화를 받은 A 씨는 아는 동생 전화인 것처럼 연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경찰이 차종과 색상을 묻자 A 씨는 “아우님 차 사려면 OOO(차종) 하얀색이 제일 좋아”라고 답했다.


그리고는 가는 길에 장거리 운행을 핑계 삼아 “커피를 사겠다”며 휴게소를 들렀고, 휴게소에 기다리던 경찰들이 몰려와 여성을 에워쌌다.

여성은 보이스피싱 수거책이었다.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금을 먼저 갚아야 한다’는 보이스피싱 전화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거해 가는 길이었다. 경찰이 현장에서 압수한 금액은 4600만 원에 달했다.

안성경찰서는 A 씨를 ‘피싱지킴이’로 선정하고 표창장과 신고 보상금을 수여했다.

A 씨는 “나에게 피해가 안 와도 내 주위 분들이 누군가는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그런 상황이 오면 누구든지 그렇게 대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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