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로 배달갔을 뿐인데…봉쇄 조치로 노숙 중인 화물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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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11일 17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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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삶아먹거나 볶아먹으며 버티는 웨이 씨 일행.  웨이보
감자를 삶아먹거나 볶아먹으며 버티는 웨이 씨 일행. 웨이보
100톤에 육박하는 감자를 화물차에 싣고 상하이에 도착한 화물차 기사가 봉쇄 조치로 인해 노숙 생활을 하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함께 떠난 동료들과 가져온 감자 등으로 끼니를 때우며 기약 없는 봉쇄 조치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경제일보 산하잡지 ‘중국사업가’에 따르면 웨이 씨는 지난달 28일 동료 기사 2명과 함께 대형 트레일러 3대에 감자 100톤을 나눠 싣고 산둥성 라이우시를 출발해 이튿날 새벽 상하이 채소 도매시장에 도착했다.

평소라면 싣고 온 감자를 하역하고 2~3일 후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웨이 씨와 일행은 도착한 뒤 계획이 틀어졌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상하이 봉쇄 조치가 강화되면서 도매시장이 폐쇄돼 감자를 하역할 수 없던 것이다.

웨이 씨는 “원래 왕복 운임비로 3000위안(약 58만 원) 정도 주는데 5000위안(약 96만7000원)을 준다기에 온 것”이라며 한탄했다. 평소 저장성 일대 공사장에 자재 등을 실어나르던 웨이 씨는 채소 운송을 위해 상하이로 온 것은 처음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로 봉쇄 조치가 이어진 상하이에서 웨이 씨 일행은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됐다. 머물 곳도 마땅치 않았던 탓에 중개상의 도움으로 인근 창고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비상용으로 가져온 음식이 있었지만 성인 남성 3명이 먹다보니 나흘 만에 바닥을 보였다.

인근 상점은 문을 닫아 먹거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웨이 씨는 주위 도움으로 국수와 식용유, 소금 등을 얻어 어렵게 구한 냄비에 감자를 삶아먹거나 볶아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또 다행히 상하이에 도착한지 열흘째 되던 날, 중개상의 도움으로 싹이 나기 시작한 감자를 모두 처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상하이 봉쇄가 길어지면서 이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웨이 씨는 “통행증을 발급받아 보려고 노력했지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봉쇄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상하이는 현재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면서 2주 넘게 봉쇄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웨이 씨와 일행의 대형 트레일러. 웨이보
웨이 씨와 일행의 대형 트레일러. 웨이보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고속도로 곳곳을 봉쇄한 상태다. 상하이 인근 항저우와 닝보의 고속도로 요금소 20여 곳은 전날부터 통제돼 화물차 통행이 중단됐다. 도로마다 통행 차량의 방역 검문도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차량 정체 현상이 나타나고 어렵게 통행증을 발급받은 화물차량의 운행 시간도 길어졌다. 산둥성에서 화물차를 운행하는 리모 씨는 “고속도로가 (대부분) 통제되면서 170㎞ 거리를 600㎞ 가까이 운전해 도착했다”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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