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폐지 청원, 하루만에 20만명 돌파…“민주화운동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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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0일 0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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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JTBC 제공
JTBC 드라마 ‘설강화’ 포스터. JTBC 제공
방송 전부터 민주화운동 폄훼와 안기부 미화 의혹을 받았던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의 방영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하루도 안 돼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은 서명자가 빠르게 늘면서 하루 만에 정부의 답변 기준인 서명자 수 20만 명을 돌파했다. 20일 오전 7시 기준 해당 청원에는 23만5000여 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해당 드라마는 방영 전 이미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됐으며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해당 드라마의 방영 중지 청원에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설강화’는 지난 3월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 당시에도 제작 단계에서 이미 비슷한 우려가 제기돼 국민청원 동의 20만 명을 넘긴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지나친 역사왜곡 등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해할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청원인은 “당시 제작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1화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가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또 안기부에 근무하는 서브 남주인공이 간첩인 남주인공을 쫓아갈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온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 때 사용된 노래이며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라면서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 간첩을 각각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끝으로 청원인은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 분)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주인공 수호는 재독 교포 출신 대학원생으로 등장해 영로와 짧은 로맨스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6개월 후 북에서 받은 임무를 수행하는 간첩 신분임이 드러났다.

논란에 대해 ‘설강화’ 연출자 조현탁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쓴 유현미 작가가 2008년 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출한 탈북자의 수기에서 영감을 얻고, 여대 기숙사의 경험을 녹여 만든 이야기”라면서 “독재정권과 대선 정국 외에 모든 인물과 설정은 가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8일 첫 방송 이후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의견이 확산했고, 방영 중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일부 시청자들은 드라마 제작 지원에 참여한 기업 목록을 공유해 불매 운동까지 나서고 있다. 이에 일부 업체는 협찬 및 제작 지원 취소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방심위 관계자는 “20일 오전까지 ‘설강화’에 대한 심의 요청 민원이 452건 접수됐다”며 “이에 대한 심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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