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남성이 아들을 괴롭히는 10대 청소년들을 말로 타이르다가 역으로 폭행당해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8일(현지시간) 더선에 따르면 영국 웨스트서식스주에 사는 앨런 윌슨(46)은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경 집 근처 공원에서 11살 난 아들이 불량 청소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목격하고는 이들 사이에 뛰어들었다.
앨런은 소년들을 말로 잘 달래려 했으나 이들은 반성의 기색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앨런의 아들이 공포에 질린 채 지켜보는 앞에서 앨런을 계속 폭행해 결국 의식까지 잃게 했다.
당시 순찰 중이던 경찰이 10대 무리가 한 사람을 일방적으로 구타하는 것을 보고 달려와 제지하지 않았으면 앨런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 경찰은 이 소년들을 살인미수와 폭행 혐의로 체포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앨런은 뇌와 폐 손상, 척추 골절 등 심각한 중상을 입어 수술을 받았지만 현재까지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담당 의사는 앨런이 깨어난다 해도 뇌 손상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앨런의 아내 애니(49)는 “남편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이라며 “아들도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고 슬퍼했다. 딸 베키(25)도 “아빠가 그들에게 지지 않길 바란다”며 앨런의 회복을 기도했다.
앨런 가족의 지인인 셰릴 에드워드는 이들을 위한 모금을 시작했다. 온라인 모금 사이트 ‘저스트기빙’을 통해 시작된 모금은 당초 목표액이었던 500파운드(한화 약 76만 원)를 훌쩍 넘겨 2만9000파운드(약 4453만 원)를 돌파했다.
경찰에 체포됐던 5명은 모두 14~15세의 청소년들로, 통행 금지 시간을 엄수하고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보석으로 풀려났다.
사람들은 “한 남자를 사지로 몬 이들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보석으로 풀어주다니 옳지 않다”라며 분노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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