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서랍에 아기 시신…임신 모르다 사산한 20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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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24일 1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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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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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출산 후 사망한 아기를 화장실 서랍에 넣어둔 20대 여성에 대해 재판부가 ‘고의가 아니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 정계선 황순교 부장판사)는 사체유기혐의로 기소된 A 씨(25)에게 전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체를 유기한다는 생각보다는 단순히 상황을 모면 또는 연기하려는 의도였다고 보인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 2018년 1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남성과 만나는 과정에서 임신을 하게된 A 씨는 임신 35주차가 돼서야 사실을 알게됐다.

지난해 7월 복부팽만 증세로 한의원을 찾았으나 변비 진단을 받았고, 두 달 뒤인 9월 다시 복통으로 내과를 방문하면서 임신 진단을 받은 것이다.

A 씨는 임신을 알게된 지 일주일 만에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36주 된 아이를 홀로 출산했으나 아이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 씨는 투명에어캡 등으로 태아를 감싸 세면대 서랍 안에 넣고 방치했다.

출산 과정에서 다량의 피를 흘린 A 씨는 가족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어 출근을 강행했으나, 고열 및 출혈 증세가 지속되자 어머니와 함께 내과를 찾았다. 이후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다가 임신 사실이 들통나자 A 씨는 어머니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A 씨의 어머니는 다음 날 아침 경찰에 신고했고, A 씨는 사체유기 혐의로 입건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박용근 판사는 지난 6월 피고인이 일부러 시신을 숨길 고의성이 없었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홀로 출산의 고통을 겪고 배출된 태아가 사망한 사실까지 확인한 후 사건 당시 극도의 당혹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량의 피를 흘려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경찰에 신고하는 등의 조처를 할 것을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사태(죽은 태아)를 화장실 서랍에 넣어두는 행위만을 하였을 뿐 가족들이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기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사태가 방치된 시간이 이틀 정도에 불과했다“며 “피고인의 유기 고의를 추단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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