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때 통일부, 청와대 안보실 자문위원 등을 지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1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향해 “음지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정보기관 수장이 아직도 정치인 습성과 관종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국정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치 스트레스 경감 등을 이유로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권한 일부를 위임했다고 국회를 통해 밝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특별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김 교수는 국정원 발표에 대해 “국정원장의 정치적인 언론 플레이”라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비판했다.
이어 “김정은이 김여정을 포함 당정군에 권한을 일부 분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김정은 체제의 특징이 바로 당 국가 시스템의 정상화와 권한 분산”이라며 “수령의 ‘현지지도’ 말고 박봉주와 최룡해 등의 ‘현지료해’(사정이나 형편이 어떤가를 알아봄)를 통해 경제와 군사 분야를 내각총리와 당부위원장 등에게 분산시킨 것은 오래되었다. 그 과정에서 김여정이 제1부부장으로 대남대미 관련해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 체제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온 당 국가 시스템의 정상화와 당정군 체제인데, (국정원이) 갑자기 위임 통치 운운하며 마치 북에 권력 변동이나 유고사태가 생긴 것처럼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호도해버린 것은, 전적으로 박지원 원장이 아직도 정치의 때를 벗지 못하거나 언론의 관심에 집착하는 관종병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위임 통치라는 매우 자극적인 단어를 북이 한 번도 쓴 적이 없는데도 국정원은 자의적으로 개념을 만들었다”며 “김여정 위임 통치라는 헤드라인만으로도 김정은의 신변 이상이나 수령의 유고 사태나 권력 핵심에 변동 상황이 있는 것으로 상상하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박 원장을 겨냥해 “음지에서 일하는 대한민국 정보기관 수장이 아직도 정치인 습성과 관종병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첫 데뷔부터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북한정보를 임의로 가공해버렸다. 김정은 체제의 당정군 시스템을 김여정 위임 통치라는 자극적 용어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박지원 카드가 중단된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는 대통령의 결단이었다는 기존 분석도 이제는 무의미하거나 잘못된 것이 되었다”며 “가장 정치적인 국정원장. 변신의 귀재이자 권력의 달인 출신 국정원장. 참 걱정스럽다”고 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국정원의 발표가 나온 전날부터 온라인에선 김 위원장의 신변 이상과 관련된 추측성 글이 돌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과 같은 신정(神政)체제에서 1인 영도자의 지도력을 대신해서 위임 통치한다는 말은 모순이고 있을 수 없는 말”이라며 “이런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는 딱 두 가지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가능할 것이다. 첫째, 김정은이 병상에 누워서 더 이상 통치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때이고, 둘째, 쿠데타에 의해서 실권을 했을 경우인데 저는 일찍이 전자의 사태가 발생했다고 국민께 공표한 적이 있다. 지금도 저의 그런 입장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일전에 북한 내부 상황에 대해서 정통한 중국 라인을 통해 파악한 핵심정보는 사실상 김정은이 코마상태이고,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정보였다”며 “매우 신뢰 있는 정보를 확보했고, 당시로서는 많은 고민 끝에 김정은의 건강 악화상황을 국민 앞에 공개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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