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그림대작’ 사기 아니다”…대법, 최종 무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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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25일 1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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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代作)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판매한 가수 조영남(75)이 4년여 만의 재판 끝에 25일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1부는 이날 조영남의 사기 혐의 최종심 선고기일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조영남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A 씨 등 대작 화가에게 주문한 그림에 경미한 덧칠 작업을 한 뒤 17명에게 21점을 팔아 약 1억5300만 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2016년 6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구매자들이 고액을 주고 조영남의 그림을 산 이유는 유명 연예인인 조영남이 직접 그렸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작 화가가 그렸다는 사실을 숨긴 채 그림을 판 조영남의 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영남 측은 대작 화가는 조영남의 지시를 받아 작업을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대작 화가를 저작자로 볼 수 없고, 조영남을 단독 저작자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마무리만 관여한 작품을 온전한 조영남의 창작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창작표현 작업이 타인에 의해 이뤄진 사실을 구매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2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작 화가는 조영남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 보조일 뿐이라는 판단이었다. 검찰은 상고장을 제출했다.

대법원은 ‘불고불리의 원칙’을 언급하며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확정했다. 불고불리의 원칙은 법원이 심판을 청구한 사실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한다는 원칙이다. 검찰이 저작물·저작자를 지적하며 상고했지만, 조영남은 ‘사기죄’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검사는 이 사건을 사기죄로 기소하였을 뿐 저작권법 위반으로 기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누가 이 사건 미술작품의 저작자라는 것인지 표시하지 않았다”며 “검사가 원심에 저작물·저작자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형사소송법상 심판의 대상에 관한 불고불리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작 화가) 고지 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을 수긍할 수 있다”며 “미술작품의 거래에서 그 작품이 친작(親作)인지 혹은 보조자를 사용하여 제작되었는지 여부가 작품 구매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하거나 중요한 정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이 사건 미술작품이 ‘조영남의 작품’으로 인정받고 유통되는 상황에서 이를 구입한 것”이라며 “피고인 조영남이 다른 사람의 작품에 자신의 성명을 표시하여 판매하였다는 등 이 사건 미술작품이 위작 시비 또는 저작권 시비에 휘말린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피해자들이 이 사건 미술작품을 피고인 조영남의 친작으로 착오한 상태에서 구매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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