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구조 중 순직 유재국 경위 영면…“영원히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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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18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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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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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투신한 시민을 수색하다 목숨을 잃은 고(故) 유재국 경위(39)가 18일 영면에 들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국립경찰병원에 마련된 영결식장에서는 유족과 동료 경찰관 등 20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제복을 입고 영결식장에 앉아 있던 동료 경찰관들은 고인을 태운 리무진이 들어서자 일제히 일어나 목례했다.

유족은 영정을 안은 의장대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고 유 경위에 대해 “치안 현장에서 누구보다 한발 더 뛰며 시민보호에 최선 다하던 따뜻한 경찰. 사건 당일 실종자를 찾아 가족 곁으로 모시고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찬 강물 속으로 주저하지 않고 뛰어든 의로운 경찰”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울 경찰의 책임자로서 당신을 안전히 지켜주지 못한 것이 진심으로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김수환 서울지방경찰청 경무과장 역시 “12년 5개월간 순직할 때까지 공직자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임무를 수행했고, 서울지방경찰청 한강순찰대에서 2년 7개월간 근무하며 10명의 생명을 구하는 등 모범적인 경찰관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지난 토요일 한강에서 실종된 시민을 찾고자 차디찬 물속에서 수색활동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우리의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며 “정부는 고인의 공적과 경찰 정신을 기리기 위해 경위로 1계급 특진 추서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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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과 함께 근무한 한강경찰대 소속 고건 경위는 고별사에서 “재국아, 우리 그날 한 번만 수색하기로 했잖아. 왜 한 번 더 교각에 간다고 했냐. 그 차갑고 사방이 막힌 데서 얼마나 답답하고 무서웠고 얼마나 날 기다렸을까”라며 “6개월 후 태어날 조카는 걱정 말고 편히 쉬어. 커서 아빠 물어보면 얼마나 용감한 경찰관이었는지 알려줄게. 경찰 가족으로서 반드시 지켜줄게. 보고 싶다 재국아”라고 애도했다.

한강경찰대는 이날 오후 유 경위에 대한 노제를 비공식으로 진행한다. 유 경위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다.

앞서 한강경찰대 소속 수상구조요원이었던 고 유 경위는 지난 15일 오후 2시 12분경 서울 마포구 가양대교 위에 차를 버린 채 한강으로 뛰어내린 남성을 수색하던 중 교각 틈새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당시 한강은 물살이 거셌지만 유 경위는 실종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물에 몸을 던졌다.

시야가 흐린 물속에서 순식간에 교각 틈새에 몸이 낀 유 경위는 35분 후인 오후 2시 47분경 119수난구조대에 의해 구조됐지만, 끝내 숨졌다.

유 경위는 이미 한 차례 잠수해 수색을 벌였으나 찾지 못하자 “실종자 가족을 생각해 한 번만 더 살펴보자”며 다시 물에 들어갔다가 이같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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