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00%” vs 정부·야당 “70%”…수렁에 빠진 재난지원금

  • 뉴시스
  • 입력 2020년 4월 22일 05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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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압승' 민주, 100% 지급 드라이브 걸지만
정부, 70% 지급 방침 고수…통합, 정부안 지지
與 일각 "정부안 따라야"…참패 野는 자중지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정치권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압승에 힘입어 선거운동 기간 약속한 ‘전국민 100% 지급’ 추진에 연일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과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좀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시 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며 ‘소득 하위 70% 지급’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7조6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정부와의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민주당은 통상의 순서를 바꿔 야당과의 협상에 먼저 시동을 걸었다. 전국민 지급이라는 여야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를 설득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당은 일단 재난지원금 지급에는 민주당과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초 황교안 전 대표가 주장한 ‘전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이 아닌 소득 하위 70% 지급을 피력하며 정부안에 힘을 실은 모습이다. 그러면서 당정 간 의견 일치를 우선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에 공을 넘겼다.

◇민주, 통합당 협조 촉구…기재부에 “정치 말라” 압박도

민주당은 정부와 야당을 ‘쌍끌이’ 압박하고 나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상임위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모든 것은 통합당이 선거 때 한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에 달렸다”며 통합당의 협조를 거듭 요청했다.

그는 특히 “야당이 재난지원금을 국민 모두에게 지급하겠다는 총선 약속을 지켜주길 바란다”며 “이미 선거 과정에서 국민 모두에게 가장 빠르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이 국민적 합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여야가 한 마음으로 다시 국민적 합의를 분명히 확인한다면 정부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지난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여야는 공히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약속했다”며 “이제 여야 모두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통합당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말 뒤집기를 하고 있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지금 중요한 것은 재난지원금이 신속히 처리돼 현장에 도달하는 것이다. 통합당의 협조를 당부한다”고 했다.

조 의장은 또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가 지역과 계층, 세대를 막론하고 확산되면서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의 필요성이 커진다. 지급 대상이 확대될수록 정책 효과도 증가할 것”이라며 전국민 지급을 거듭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득 하위 70%’ 지급 방침 고수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선거 전략을 이끈 이근형 전 전략기획위원장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70%냐 100%냐 논란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그것(70% 지급)을 고집한다는 것은 사실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재부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며 “어디까지나 이런 문제는 국회에서 정해야 될 문제이고 기재부가 너무 그렇게 주장을 앞세워선 곤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적자국채 발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 대해 “제가 보기에는 굉장히 기계적인 접근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굉장히 우수하다”며 “3조원 가량을 더 편성해서 집행하는 것 자체가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이후 긴급한 사태에 대응할 만한 여력을 없게 만든다는 분석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다만 또다른 한편에선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정부안대로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상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야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면 일단 정부안대로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고, 이석현 의원도 “정부의 간곡한 70% 지원 입장 설명을 여당이 이해 안해주면 누가 해주겠느냐”고 반문했다.

◇통합당, 총선 참패 속 혼돈…일각선 정부안 두둔

총선 참패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한 통합당은 아직 당론조차 모으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일부 의원들이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추경안 편성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각자의 의견을 수렴해 추동할 리더십이 부재한 탓에 목소리는 허공만 맴돌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우리 재정이 감내할 수 있는 한에서 나름대로 합리성을 갖추고 편성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안에 힘을 싣는 동시에 지급 대상을 전국민으로 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여야 간 국회 일정을 하루빨리 잡아서 상임위까지 심사를 마쳐 주신다면 예결위는 최대한 신속하게 정부의 예산안을 처리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정부안을 하루 속히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특히 기재부를 비판한 여당 인사들을 겨냥 “심부름꾼에 불과한 홍남기 부총리를 겁박하고 정치행위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런 할 말이 있으면 대통령에게 가서 하라”고 꼬집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에 “집권당이 정부 발목을 잡기가 뻘쭘한지 애꿎은 야당을 비판하고 있다”며 “누가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나. 언제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생색 내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을지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다만 통합당이 이같은 입장을 당론으로 견지한다 해도 황교안 전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전국민 1인당 50만원 지급’을 주장한 만큼 ‘말 바꾸기’에 대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김 의장이 황 전 대표의 말을 번복한 것에 대해 “통합당이 그러니까 선거에서 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전국민 지급 공약 번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전 국민 앞에서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며 “김 의장 등이 나라의 재원을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긴급 상황이 아닌가. 100% 다 줘야 하고 그 부분에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선 참패 후 새로운 지도부조차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론을 모으기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의원은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당에서 논의조차 안했다”며 “의원총회에서도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우냐 마냐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당은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의 공을 정부와 여당에 넘기는 모습이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예산편성 권한은 물론 지급 대상과 규모를 결정해 국회에 넘겨야 할 책임은 오직 정부와 여당에 있다”며 “마치 통합당이 반대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행위는 절대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야정의 논의가 안갯속에 빠지면서 추경안 처리와 재난지원금 지급이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민주당은 지난 주 여야 협의를 거쳐 이번 주께 추경안 심사에 착수하고 이달 중 추경안을 처리, 이르면 5월께 전국민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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