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쥐, 눈을 뜨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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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구팀, 실명된 쥐 치료 성공… 빛 감지 ‘광수용체’ 유사세포 개발
“시력 회복 잠재적 치료법 될 것”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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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쥐에게 시력을 되찾아주는 데 성공했다. 앞서 과학자들은 망막이 망가져 밝기를 인식하지 못하는 물고기에게 빛을 인지하는 능력을 되돌려주는 데 성공했다. 동물들에게 시각을 되돌려주는 연구가 꾸준히 성공할 경우 실명을 치료할 새 길이 열릴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이 차발라 미국 노스텍사스대 의대 교수팀은 16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망막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감각세포인 광수용체(간상세포)와 유사한 세포를 만들이 실명한 쥐의 시력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광수용체는 망막에 존재하며 약한 빛을 감지하는 감각세포다. 흔히 빛을 감지해 이를 전기적 신호로 바꿔 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광수용체가 망가지면 시력을 잃는다. 신주영 서울보라매병원 안과 교수는 “광수용체는 황반변성과 녹내장 등 후천적 질환과 유전적 요인, 외상, 노화로 망가진다”며 “한번 파괴되면 자연적인 재생은 불가능해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인공적 방식으로 광수용체를 재생할 방법을 찾아왔다. 천보 미국 마운트시나이아이컨의대 교수팀은 2018년 물고기의 망막 재생을 유도하는 ‘뮐러아교세포’를 활용해 쥐의 광수용체를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재생된 광수용체는 뇌로 제대로 신경자극을 보내지 못하는 문제가 나타났다. 빛은 감지하지만 형태를 식별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어둠 속에서는 아예 반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광수용체를 대체할 새로운 ‘인공 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베일러대 의대 연구진은 지난해 7월 광수용체 대신 뇌에 직접 신경자극을 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뇌 속에 칩을 넣고 거기에 카메라를 연결해 영상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런 방식도 완벽한 시력을 되돌려주진 못하고 있다. 눈앞에 있는 물체를 어렴풋이 구별하는 정도에 머문다.

차발라 교수팀도 광수용체를 재생하지 않고 섬유아세포를 이용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반응하는 광수용체와 유사한 세포를 만들었다. 섬유아세포는 신체 여러 조직을 연결하는 세포로 상처 난 조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발작장애를 치료하는 약물인 발프로산을 비롯해 다섯 가지 화학물질을 발굴했다. 이들 물질을 섞으면 섬유아세포가 광수용체 유사세포로 바뀐다. 연구팀은 시각장애가 있는 쥐 14마리에게 광수용체 유사세포를 이식한 뒤 3∼4주간 지켜본 결과 6마리가 어두운 환경에서 동공 반응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평소 컴컴한 곳을 좋아하는 쥐 성향을 이용해 시력이 회복됐는지 추가 실험도 진행했다. 동공 반응을 보인 6마리는 밝은 공간보다는 어두운 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차발라 교수는 “광수용체를 살려 시력을 되찾을 효과적인 치료제는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가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잠재적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광수용체#시력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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