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막은 사전준비[현장에서/명민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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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김천의료원 코로나19 환자 병동 입구에 설치된 바이러스 차단용 패널.
경북 김천의료원 코로나19 환자 병동 입구에 설치된 바이러스 차단용 패널.
명민준 사회부 기자
명민준 사회부 기자
9일 오전 3시경 경북 김천의료원 응급실에 다급한 전화벨이 울렸다. 기저질환인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A 씨(7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세까지 나타나 상태가 위중하다는 내용이었다. 당초 거주지인 김천에서 다른 지역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코로나19 환자가 많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되돌아오고 있다고 했다.

기능을 잃은 신장 때문에 긴급 투석을 받지 않으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게다가 치료 시간이 얼마나 지체됐는지, 코로나19 증세는 어느 정도로 진행됐는지 가늠할 길이 없었다. 응급실 의료진은 환자 목숨이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판단했다. 김천의료원은 곧바로 위기대응 긴급 조치를 발동했다.

이후 의료진은 일사천리였다. 의사와 간호사는 방역의 기본인 레벨D의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A 씨를 2층 음압격리병실에 따로 마련한 코로나19 의심 환자 통로로 이동시켰다. 동시에 이곳의 입원 환자 3명 모두는 미리 짜 놓았던 동선의 복도와 계단을 이용해 안전하게 1층으로 옮겼다. 서로 겹치지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날 신장 투석을 무사히 마친 A 씨는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이후 코로나19 음성 판정도 받았다. 현재 이틀에 한 번 김천의료원에서 투석 시술을 받고 있다. 의료진은 잠복기를 감안해 A 씨에게 코로나19 전용 통로를 이용하게 하고 있다.

김천의료원은 지난달 20일 경북의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지역 의료 공백이 걱정이었다. 인구 14만 명의 도시에 응급 환자를 치료할 큰 병원이 김천의료원을 포함해 2곳뿐이기 때문이다. 묘안이 필요했다.

현재 김천의료원은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환자를 효율적으로 치료하는 이원화 구조로 바뀌었다. 먼저 코로나19 치료 병동인 3∼5층에는 입구부터 병실 앞까지 3중 패널(가림 장치)로 막았다. 곳곳에 이동식 음압기기를 배치해 바이러스가 외부로 누출되는 것을 봉쇄했다. 이 병동으로 이어지는 계단 5곳 가운데 1곳과 엘리베이터 3기 중에 1기를 코로나19 확진 및 의심 환자와 해당 의료진 전용 통로로 쓴다. 1, 2층 외래 진료 복도에도 일반 환자와 접촉하지 않도록 이동 동선을 따로 구축했다.

사전에 준비한 이유를 묻자 김미경 김천의료원장은 덤덤하게 “코로나19 환자 치료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의료 공백을 느끼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우리 의료원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김천의료원은 병원 내부의 동선을 조금씩 바꾸는 방법으로 코로나19 방역과 응급 환자 치료를 모두 해내고 있다.

이 같은 치료 환경 덕분에 김천의료원은 15일 현재 경북의 코로나19 전담병원 가운데 가장 많은 152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김천의 확진자도 경북 전체의 2% 정도다. 코로나19 환자로 인해 응급실이 폐쇄된 적이 없어 일반 환자에 대한 응급조치에도 소홀함이 없다. ―김천에서
 
명민준 사회부 기자 mmj86@donga.com
#경북 김천의료원#긴급 조치#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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