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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편파중계… 셀프캠으로 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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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편파중계… 셀프캠으로 팬서비스

정윤철 기자 입력 2020-03-07 03:00수정 2020-03-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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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농구의 무관중 경기로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에서 ‘편파 중계’에 나서고 있는 BNK 정선화(오른쪽)가 치어리더들과 함께 응원 동작을 취하고 있다(위 사진). 프로축구 K리그2 서울 이랜드의 정정용 감독(아랫줄 가운데)은 선수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출정식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아프리카TV 화면 캡처
“아유, 저 상황은 파울 아니야?”

여자프로농구 BNK 썸의 선수가 상대의 격렬한 신체 접촉에 밀려 쓰러지자 해설자는 심판이 파울을 선언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 BNK 선수가 질풍 같은 드리블에 이어 득점했을 때는 박수와 함께 “옳지! 내 새끼 잘한다!”란 칭찬이 나왔다. 해설자가 지상파 방송에서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면 당장 편파적이라는 비난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특정 구단이 팬을 위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편파 중계’라면 얘기가 다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진행 중인 여자프로농구에서는 BNK와 KB스타즈 등이 미디어 플랫폼 아프리카TV를 통해 경기장을 찾지 못하는 팬들을 위한 편파 중계를 진행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릎 부상으로 재활 중인 BNK 주장 정선화(35)는 농구공 대신 마이크 앞에 서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농구 기자 등과 함께 편파 중계를 진행하고 있어서다. 소속 팀 경기에 몰입한 정선화는 해설 도중 “수비를 더 올라가서 해야지!” “굿 패스” 등을 열정적으로 외쳐 눈길을 끌었다. 농구 팬들은 “현역 선수와 팬들이 똘똘 뭉쳐 편파 응원을 할 수 있어 좋다” “팀 내부 관계자로부터 시시콜콜한 뒷얘기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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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중 경기로 일터가 사라진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들이 중계에 참여하기도 한다. KB스타즈 관계자는 “아프리카TV 채팅창에 인상적인 응원 문구를 남긴 팬들을 대상으로 응원단장이 추첨을 통해 건강식품 등을 선물하는 ‘응원단이 쏜다!’ 이벤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국내 프로스포츠는 3월 들어 사실상 ‘올스톱’ 된 상태다. 남자프로농구, 남녀프로배구는 정규리그가 중단됐다. 프로축구는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가라앉을 때까지 개막을 잠정 연기했고, 프로야구는 1982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시범경기가 취소됐다. 팬들과의 육체적 거리가 멀어진 프로 구단들은 심리적 거리만큼은 지속적으로 가깝게 유지하기 위해 온라인을 통한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프로축구에서는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출정식’을 온라인에서 실시한 팀도 나왔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폴란드 월드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이끈 뒤 K리그2(2부 리그) 서울 이랜드의 지휘봉을 잡은 정정용 감독(51)은 김민균 이상민 등 선수들과 함께 축구해설가 박문성 씨가 아프리카TV에서 진행하는 ‘달수네라이브’에 출연해 K리그 최초의 온라인 출정식을 진행했다. 새 시즌 각오를 밝히는 동시에 연예인 닮은꼴 찾기, 구단 스폰서를 축구 포메이션으로 배치한 이색 홍보 등이 이뤄진 출정식은 6600명의 누적 시청자가 몰리는 등 관심을 끌었다. 정 감독은 “라이브 방송이 어색하지만 코로나19로 걱정이 많은 팬들이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온라인 출정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온라인 소통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다양한 콘텐츠다. 구단들은 팬들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동시에 흥미로운 소재를 영상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K리그1 챔피언 전북은 출정식을 취소하는 대신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김보경 조규성 등 올 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선수들의 인터뷰(다큐멘터리 형식)를 공개했다. 평소라면 열성 팬들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곳을 직접 찾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활동은 제한된 상태다. K리그1 수원은 유튜브를 통해 클럽하우스에서의 모습을 공개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 코로나19로 ‘팬스데이’ 행사를 취소한 수원은 신인 선수들이 행사를 위해 준비했던 장기자랑(‘트로트 아기상어’ 댄스)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팬들은 “현장 행사가 취소된 덕분에 선수들의 귀여운 춤이 고화질 영상으로 박제됐다”며 즐거워했다.

한동안 무관중 경기 진행으로 사인볼 증정 등 각종 ‘집관(집에서 관람) 이벤트’를 실시해왔던 남자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최근 리그가 중단되면서 새로운 소통 방식을 찾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선수들이 직접 숙소, 훈련장에서의 에피소드를 카메라에 담는 ‘셀프캠’ 촬영과 팬들이 선수들에게 궁금한 점을 영상 통화로 물어보는 기획 영상 등을 제작할 계획이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시즌 도중 촬영한 영상 중에 팬들이 보지 못한 선수들의 독특한 모습을 편집하거나 인기 콘텐츠 투표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비록 경기는 멈췄어도 선수들은 여전히 어디선가 달리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코로나19#무관중 경기#여자프로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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