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기의 대문호 유년기 모습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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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주제 사라마구 지음·박정훈 옮김/236쪽·1만6500원·해냄

199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눈먼 자들의 도시’ ‘수도원 비망록’ 등을 남긴 환상 리얼리즘의 거장, 주제 사라마구가 소년의 눈으로 돌아갔다. 2010년 그가 세상을 떠나기 4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집필한 유년기 회고록이다.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20세기 초 포르투갈 리스본과 아지냐가의 풍경이 잔잔하게 묻어난다.

책에는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단어와 이야기에 푹 빠져 지내던 문학 소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가 인터뷰에서 “나라는 사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독자들이 알기 바란다”고 밝혔듯 저자의 사상적, 정신적 원천으로 향하는 에세이다.

“늘 풍경 속에 들어가 있었다”는 한 소년의 모습은 1920년대 포르투갈 골목길과 강변을 따라 유려한 필체로 묘사된다. 그를 길러낸 부모의 모습과 이웃들의 얘기도 초상화처럼 남아 있다. 물론 좋은 기억만 있던 건 아니다. 전쟁, 쿠데타를 겪으며 그가 느낀 두려움, 상처도 보인다. 매번 등장인물과 상황이 달라지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세기의 대문호라지만 타지에서 자란 한 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 옮긴이는 원작의 가치를 “소년기의 기억이 우리 삶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찾았다.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한 소년 안에서 우리 모두의 유년기 모습을 발견할지 모른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주제 사라마구 작은 기억들#주제 사라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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