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WHO권고·국제동향 검토”…中입국 제한 확대 ‘신중’

  • 뉴시스
  • 입력 2020년 2월 6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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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입국 금지 확대, 필요 시 추가 검토"
"WHO 권고, 효력, 국제 사회 동향 감안해야"
中, 세계 각국 WHO 과학적 근거에 따라야
강경화 "시진핑, 상반기 중 방한 변함 없어"
코로나 확진자 급증 땐 추가 조치 검토 여지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에 따른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 확대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기조이지만 입국 금지 조치를 확대하기 위해선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 효력, 국제 흐름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세계 각국의 입국 금지 조치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은 물론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2일 확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4일 0시를 기해 14일 이내에 중국 후베이성을 방문·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키로 했다. 또 제주특별자치도와 협의해 관광을 목적으로 제주를 찾는 외국인은 비자 없이 입국해 30일간 체류할 수 있는 ‘무사증’ 입국제도 역시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의료진과 정치권에서는 신종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입국 제한 범위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전역으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후베이성에 체류한 외국인만 입국을 금지해서는 효과가 없다는 논리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70만을 넘었다.

정부는 추가 조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범정부 차원의 협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 내 확산 추세, 국제적인 추세, 국내 방역 대응 노력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상황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장관은 “입국 제한에 대해서는 물론 우리 국민의 보호가 최우선 과제이지만 WHO의 권고나 어떤 조치를 취했을 때의 효력성, 국제 사회의 동향을 전반적으로 감안해서 해야 한다”며 “매일 종합적으로 계속 상황을 점검하고, 검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강립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 겸 보건복지부 차관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인 여행객에 대해서나 추가적인 입국에 대한 제한 확대, 내국인들의 해외 여행 경보와 관련돼서는 현재 현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추가적으로 드릴 만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포하면서도 여행과 교역 제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은 지난 달 30일 “WHO는 중국의 전염병 통제 능력에 대해 지속해서 신뢰할 것”이라며 “국제적인 여행과 교역을 불필요하게 방해하는 조처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중국 역시 WHO의 권고를 토대로 세계 각국의 중국인 입국 금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부임한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는 지난 4일 신종 코로나 브리핑을 열고, 한국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해 “많이 평가하지 않겠다”면서도 “WHO는 가장 과학적이고 권위적인 기구다. WHO에 근거했다면 되지 않을까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정부가 올해 상반기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신중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이후 올해 상반기 시 주석의 방한이 확정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의 확산 추이는 물론 3월부터 보름 가량 열리는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순방이 늦춰질 것이란 관측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가 기대하는 4월 총선 전 방한이 불투명하다는 추측이다.

이에 대해 강 장관은 “시 주석의 방한이 상반기 중이라는 양국 간의 양해사항에는 아직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이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정부 역시 추가 조치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23명으로 집계됐다. 조사대상 유증상자 862명 가운데 169명은 검사가 진행 중이며 693명은 음성반응이 나와 격리 해제됐다. 자가 격리 조치된 사람은 1000여명에 달한다.

중국에서는 지난 5일 하루에만 사망자 73명, 확진자 3694명 늘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이날 오전 0시를 기준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563명, 확진자가 2만8018명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편 미국은 지난 2일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에 대해 입국을 잠정 금지했으며, 일본 역시 2주 이내 후베이성에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을 거부했다. 이 밖에 호주와 뉴질랜드, 싱가포르, 과테말라 등은 중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고, 베트남과 이탈리아, 러시아 등도 중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취소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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