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신종 코로나 처음 경고한 ‘의사 제갈량’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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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한시대 유비와 손권 연합군은 열세를 뒤집고 위나라 조조 대군을 적벽(赤壁)에서 물리쳤습니다. 제갈량의 지략이 돋보인 적벽대전(208년)이 벌어진 장소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자위(嘉魚)현의 양쯔(揚子)강 남안 지역입니다. 제갈량은 천문과 지리에 능하고 선견지명(先見之明)의 예지력을 가진 인물로 통합니다.

후베이성의 성도이자 최대 도시가 우한(武漢)입니다. 그곳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인해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소 과장이 있을지언정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제갈량에 비유되는 인물이 있습니다. 우한시 중심병원 소속 의사 리원량(李文亮·사진)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중국 언론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리원량을 제갈량으로 칭하고 있습니다.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최초로 인지하고 알린 사람입니다. 지난해 12월 30일, 리원량은 기침과 고열,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는 환자에 대한 검사 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환자에게서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흡사한 코로나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리원량은 이런 내용을 의대 동기 의사들과 공유했습니다. 이들은 같은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충격에 빠집니다. 리원량은 의료계 채팅방을 통해 이런 내용을 알리며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이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중국 당국은 논의를 무시하고 리원량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리원량 등 8명의 우한 의료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쩡광(曾光)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수석연구원은 중국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리원량 등 8명을 존경할 만한 ‘제갈량’으로 치켜세웠습니다. 사태 초기 리원량 입막음에 나섰던 왕샤오둥(王曉東) 후베이성 성장은 “가슴이 아프고 자책감과 죄책감이 든다”며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는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중국은 우한을 봉쇄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국내에서도 4일 현재 확진자가 16명으로 늘고 일부 환자는 2차, 3차 감염으로 확인되면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대형마트가 한산할 정도로 사람들은 외출을 꺼리고 있습니다. 지난 2주간 국내 증시에서는 104조 원가량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2003년 사스 때의 4배가량일 거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대중을 불안하게 합니다. WHO는 신종 코로나가 무증상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것 자체가 대중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나 필요 이상의 공포감 조장은 경계하는 게 맞지만 위험에 대한 대비와 경계는 부족한 것보다 다소 넘치는 편이 차라리 낫습니다.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는 적벽대전 당시 제갈량의 선견지명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박인호 한국용인외대부고 교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사 제갈량#리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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