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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고리 방치한 정부 산재관리대책[현장에서/송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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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고리 방치한 정부 산재관리대책[현장에서/송혜미]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입력 2020-01-09 03:00수정 2020-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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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조업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정부는 2018년 국정과제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 사고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산재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영세업체’ 관리 방안이 없다면 목표 실현은 힘들 것이다.”

한 경영계 관계자는 8일 고용노동부의 산재 통계를 본 뒤 이렇게 말했다. 이날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가 800명대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1999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15년 동안 1000명대를 유지한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2014년 992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855명) 전년보다 11.9% 줄었다.

이 장관은 “사망 사고가 빈번한 건설업을 대상으로 행정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어 “2022년까지 산재 사망 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 공약은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이 장관의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노동계는 산재 사망자 감소가 경기 악화의 ‘착시 효과’가 아닌지 반문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건설경기 하락으로 작업량 자체가 감소한 게 산재 사망 사고 감소와 연관돼 있지 않은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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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노사 모두 정부 정책에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재를 예방할 대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가 줄었지만, 50인 미만 제조업체만 놓고 보면 오히려 사망자가 9명 늘었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사망 사고는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를 선임하지 않아도 된다. 산재에 대한 원청업체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17일 시행되지만 하청업체가 아닌 영세업체는 보호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올해 영세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패트롤’(순찰)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산업계 안팎에서는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동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 등 위험 요인이 비교적 명확한 건설업과 달리 제조업은 순찰 점검을 한다고 해도 위험 요인을 찾아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설사 단속에 걸리더라도 사업주에게 실질적인 처벌이 내려지는 것도 아니다. 고용부는 올해 “영세·소규모 사업장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이끈다”고만 밝혔을 뿐이다.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은 인력과 재정 상황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따라서 이들 스스로 산재 사고와 관련해 획기적인 개선 조치를 내놓기는 쉽지 않다. 산재 사고의 가장 약한 고리인 영세 사업장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산재 사고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도 있다.

송혜미 정책사회부 기자 1am@donga.com
#산업재해#산재관리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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