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을 영입하면서 2021년 우리 팀에는 주축 선수들이 프라임 타임을 동시에 관통하게 됐다. 손아섭, 민벙헌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안치홍 역시 그 해 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 갈림길에 선다.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승부를 걸겠다.”
올해 스토브리그 프리에이전트(FA) 최대어 안치홍(30)과 계약한 직후 롯데 자이언츠 성민규 단장(38)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한 내용이다.
지난해 9월 롯데 자이언츠가 성 단장을 선임했을 때 처음 쏟아진 반응은 파격을 넘어 충격적이었다.
기대 이상 우려 섞인 시선과 의문부호가 더 많이 따랐다. 무엇보다 구단은 물론, 모기업, 리그 전체에서도 비주류다. 더군다나 나이는 만37세. ‘과연 프런트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까?’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따랐다.
그러나 성 단장은 옳 스토브리그에서 10개 팀 단장 중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당장 안치홍과 계약은 표면적으로는 4년 최대 56억 원이지만 선수와 구단이 각각 옵트아웃과 바이아웃 권리를 갖는다. 롯데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선택에 따라 2년 26 억 원, 연평균 13억 원에 골든글러브 2루수의 30·31세 시즌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성 단장은 이 계약을 “리그 올스타, 골든글러브 출신 2루수의 프라임타임 2년을 그것도 확실한 동기 부여 속에서 함께 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FA투자는 부상, 부진 등 예상하기 어려운 장애물이 많다. 안치홍 역시 부상 전력이 있고 수비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계약 역시 성공여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구단이 감내해야 하는 위험도를 최대한 낮췄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성과다.
장기적으로 포지션 변경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했던 안치홍에게 “우리는 2루수로 영입을 원한다”며 자존심을 높여준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성 단장은 취임과 함께 프로세스라는 화두를 던졌다. 매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강팀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한 단계씩 밟아 나가겠다는 포부였다.
프로세스의 완성을 목표로 한 시점은 2021년이다. 성 단장은 “안치홍, 손아섭, 민병헌에 노경은까지 모두 계약 마지막 해다. 모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할 거다. 이들과 함께 달려 나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찾는 것이 이제 숙제다”고 말했다.
성 단장은 앞서 한화 이글스와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2차 드래프트 후 트레이드로 포수 지성준을 영입했다. 팀의 최대 약점인 포수전력 보강이다. 이어 외국인 타자로 유격수 딕슨 마차도에 이어 2루에 안치홍을 선택했다. 조성환 두산 베어스 코치 은퇴 이후 롯데 내야수비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는데 이 부분이 해결됐다. 중견수 민병헌까지 확대하면 강팀의 첫 번째 조건인 센터라인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성민규 단장이 머릿속에 대반등을 그리고 있는 2021년은 팀 내 최고 연봉(2017~2020년 연간 25억 원) 선수 이대호의 계약이 끝난 후 첫 번째 시즌이기도 하다. 팀 프랜차이즈 스타로 재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 규모의 고액 연봉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그만큼 페이롤에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성 단장이 외쳐온 프로세스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선발진 완성, 외국인 투수의 활약, 내부 육성 및 외부 전력 보강 등 앞으로 숙제가 더 크다. 그 결과에 따라 프로세스는 성공과 실패라는 정 반대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