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기초학력 해마다 ‘뚝’…올해 승부수 던지는 교육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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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월 1일 0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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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올해부터 초·중·고등학생의 기초학력 강화를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다. 갈수록 늘고 있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문제를 해소하는 게 핵심 목표다.

서울시교육청이 먼저 총대를 멨다. 교육부의 의지도 강하다. 다만 실제 현장 적용 가능성과 해당 정책의 일부 수정에 따른 교육계 혼란과 반발이 관건이다.

◇심각한 기초학력 부진…총대 멘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2020 서울학생 기초학력 보장방안’을 발표했다. 2020년 3월부터 서울의 모든 초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게 골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통해 학생의 학습부진 원인을 조기 파악하고 개별 맞춤형 학습 등을 지원하겠다는 포부를 내놨다.

이런 대책을 발표한 건 학생들의 기초학력 부진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2019년 3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중3·고2 대상)’에 따르면, 중3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은 국어 4.4%, 수학 11.1%, 영어 5.3%로 집계됐다. 고2는 국어 3.4%, 수학 10.4%, 영어 6.2%가 각각 기초학력 미달로 나타났다.

전년도(2017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결과와 비교하면 중3·고2가 치른 과목 중 고2 국어를 제외한 모든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올라갔다. 교과과정의 20%도 이해하지 못 하는 학생(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었다는 얘기다. 특히 수학의 경우 무려 10명 중 1명꼴로 기초학력 미달학생이다.

◇기초학력진단검사 실시…맞춤형 학습 지원 등 여건 조성도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미달 문제 해소 방안의 핵심인 기초학력진단검사는 말 그대로 학생의 기초학력 미달 여부를 가려내기 위한 지필고사다. 서울시교육청은 진단에 따른 처방이 효과를 볼 수 있도록 검사 대상을 초3·중1로 잡았다. 초3이나 중1 때 교과 학습난도가 올라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늘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당시 정책 발표에서 “초3, 중1은 성장의 결정적 시기”라며 “이때 학습부진 학생을 조기 발견하고 한 명의 학생도 진단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력진단검사는 한날한시에 똑같은 문제를 푸는 일제고사는 아니다. 각 학교가 ‘표준화된 기초학력진단검사 도구’를 골라 3월 중 시행하면 된다.

이런 도구는 Δ서울시교육청이 개발한 ‘서울기초학력지원시스템상 기초학력 진단도구 Δ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개발 도구 등이 있다. 학교가 자체 개발한 기초학력 진단검사도구를 활용해도 된다.

기초학력진단검사를 통해 초3의 경우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을 평가한다. 중3은 읽기·쓰기·셈하기 능력에다 교과학습능력(국어·영어·수학)도 추가로 진단한다. 출제방식은 선다형 또는 단답형이며 문제 자체는 문제은행식으로 낸다.

문제는 어렵지 않다. 조 교육감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기초학력진단검사는 학습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찾아내는 진단도구”라며 “응시자의 70%가 90점 이상을 맞을 정도로 쉽다”고 말했다.

기초학력진단검사는 ’1차 진단‘이다. 1차 진단 결과 학습부진이 의심되는 학생이 있다면 ’2차 진단‘에 돌입한다. 2차 진단은 지역별 학습도움센터와 함께 비언어성 지능검사, 정서·행동특성검사 등 심층 진단을 한다.

2차 진단 결과에서 심각한 학습부진 요인이 확인되면 3차 진단이 이어진다. 이때는 전문가가 개입한다. 전문치료와 개별 맞춤형 학습을 병행한다.

’중학생 기본학력 책임지도제‘도 주요 대책 중 하나다. 중학생 기본학력은 우리말 기본문장을 이해하고 영어로 된 짧은 문장을 읽을 수 있으며 분수를 계산할 수 있는 정도’를 뜻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학교에 교사·상담사·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다중지원팀’을 구성해 지원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초등학교에서는 2학년 때 ‘집중학년제’를 운영한다. 학습부진이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누적된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내 초등학교의 약 30%인 168개교에 도서구입비·교구비를 지원하고 오는 2023년에는 모든 초등학교(공립) 2학년 교실에 전면 지원하기로 했다.

◇의지 내비친 교육부

기초학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는 교육부가 먼저 내비쳤다. 2019년 3월 발표한 ‘2018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초1~고1 모든 학생에 대한 기초학력 진단 의무화를 골자로 한 대책으로 내놨다. 이전에는 기초학력 진단 시행 여부를 학교 자율에 맡겼고 대상도 초3~중3이었다.

기초학력 진단 시행은 의무화하지만 진단 도구까지 획일화하지는 않는다. 각 학교가 시중 진단 도구 가운데 여건에 맞게 선택해 진행하면 된다. 대개 시·도교육청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한 진단 도구를 사용할 것으로 교육부는 전망하고 있다. 진단 과목은 국어·수학 등 주요과목이다.

진단 결과는 기초학력 수준에 도달했는지 여부만 판단한다. 이후 해당 결과는 학부모들에게 의무적으로 통지할 예정이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으로 판단되면 맞춤형 보충학습 지도를 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를 보조할 전문 인력을 지원한다.

기초학력 보장 시스템도 만든다. 교대·사범대에서 학습부진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기초학력 실태를 분석하고 교원연수 프로그램 개발·보급 등을 담당하는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등도 조성하기로 했다.

◇학부모 거부감·정책 수정 따른 혼란 불식 ‘과제’

다만 이런 대책에 대한 현장의 수용 여부에는 의문부호가 찍힌다. 기초학력진단검사를 하더라도 이후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지원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학부모의 거부감 때문이다.

기초학력 미달학생으로 판명되면 보충학습 등 추가지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학습부진아라는 ‘낙인’을 우려한 일부 학부모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를 실현할 수 없다. 교육당국에 따르면 학생의 보충지도를 하려면 학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교육당국은 기초학력 미달학생에 대한 보충지도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아무리 국가라도 학부모 동의 없이 학생의 학습권을 좌지우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기초학력진단검사 자체에 대한 진보교육계의 의심도 여전하다. 이들은 기초학력진단검사를 줄세우기식 일제고사로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를 포함한 서울 진보교육단체들의 협의체인 서울교육단체협의회(서교협)는 기초학력진단검사에 반발해 두 차례나 서울시교육청의 일부 공간을 점거하고 밤샘 항의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서교협과의 협의를 통해 기초학력진단검사 방식에 지필고사뿐 아니라 교사의 관찰과 상담을 통한 진단도 포함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기초학력진단의 다양성이 보장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 학교 내에서도 다른 진단 방식이 적용될 수 있어 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기존 방침을 수정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인 ‘기초학력보장법’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점도 관건이다. 교육부 차원의 기초학력 보장방안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법 통과는 필수다.

또 지나치게 진단에만 대책이 치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질적인 학력 증진 방법도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기초학력 강화를 위한 대책은 나왔지만 현장 안착에는 여러가지 걸림돌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교육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없다면 이번 계획은 공수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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