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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반말에 얼평-몸평까지… 꼰대에 절망하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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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반말에 얼평-몸평까지… 꼰대에 절망하는 청년들

특별취재팀입력 2020-01-01 03:00수정 2020-01-0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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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청년, 꼰대를 말하다]
<1> 청년 33인이 겪은 꼰대
《청년이 괴롭다. 꼰대, 그리고 꼰대문화 탓이다. 청년 2명 중 1명은 꼰대로 인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할 수도 없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일주일에2회 이상 그런 꼰대와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은 동아일보가 청년(15∼34세) 2020명에게 물어본 결과다.청년들은 꼰대를 조직과 사회의 활력을 잡아먹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로 여긴다. 새해 시대정신 중 하나는 ‘안티 꼰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꼰대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떻게 우리 사회에 폐해를 끼치는지 진지한 고민이 없었다. 그저 공격과 비아냥거림의 대상이었다. 이제 동아일보는 청년 33인의 입을 통해 꼰대를 말하려 한다. 101년 전 민족대표 33인이 일제에 맞서 독립을 선언하듯 각계각층의 청년 33인이 꼰대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다. 청년들의 선언은 기성세대를 흠집 내려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단절을 원하지도 않는다. 세대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함으로써 함께 통합의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꼰대가 왜 싫은지 우리의 말을 한 번만 들어 달라”는 간절한 호소다. 33인의 청년은 다음과 같이 외친다.“꼰대 말고 어른이 돼주세요. 청년들도 당신의 후배이자 친구입니다.”》
경희대 힙합동아리 ‘래빈’ 소속 청년들이 지난해 12월 24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토끼굴’에서 ‘굿바이 꼰대’ 그라피티를 그리고 있다. 상단 가운데의 ‘라떼는 말이야’는 “나 때는 말이야”를 자주 이야기하는 꼰대들의 어투를 풍자한 것이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
“나는 왜 신분증 확인을 안 하냐?”

편의점에 들어와 담배를 계산대 위에 올려놓은 40대 중년 외모의 남성이 따지듯 물었다. “안 봐도 될 것 같아서요.” 아르바이트생 김태연 양(17)이 말했다. 그러자 남성은 “나 너보다 어려. 왜 확인을 안 하냐”며 언성을 높였다.

반말은 기본,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손님이 김 양 앞에 끊이지 않는다. 신용카드나 현금을 ‘휙’ 던지거나 진열대에서 물건을 가져다 달라며 서빙을 시키는 사람도 있다.

“편의점 알바를 하기 전엔 몰랐어요. 이런 사람들이 진짜 많다는 걸. 대한민국을 뜨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라면 믿어 주실래요?”

○ 갈수록 ‘진화하는’ 한국의 꼰대문화



박혜리(22) 이우진 씨(21·이상 고려대)가 만든 ‘금꼰’ 포스터(왼쪽 사진)는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포스터를 패러디해 꼰대 상사에게 시달리는 직장인의 모습을 재치 있게 드러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꼰대독립선언에 참여한 청년 33인은 우리 사회의 꼰대문화가 심각함을 넘어 ‘신박한(새롭고 놀랍다는 뜻)’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청년들은 ‘꼰대질’이 개인 성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 문제이며, 기성세대가 청년들을 억누르는 도구로 기능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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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유튜버 이강 씨(24)는 개그동아리 선배들과 술집에 갔던 어느 날을 잊을 수 없다. 한 선배가 물을 먹다가 유머 하나를 소개했는데, 이 씨는 잘 알아듣지 못해 웃지 않았다.

“이 유머를 몰라?”

고성과 함께 이 씨는 선배가 뿌린 물을 뒤집어썼다.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의 순간, 다른 선배 한 명이 스스로 자신의 얼굴에 물을 뿌리며 콩트를 이어갔다. 겨우 분위기가 반전됐다.

“개그를 할 사람은 분위기를 잘 맞춰야지. 선배가 물을 뿌리면 ‘아이스버킷 챌린지, 감사합니다!’라고 애드리브라도 쳐라. 그럼 분위기가 다시 좋아지지 않겠니?”

이 씨를 위기에서 구해준 선배가 충고했다. 하지만 그 말에 이 씨는 더욱 절망했다.

“후배가 선배가 돼서 똑같이 꼰대질을 반복하는 구조라면 이런 일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한국 직장에는 꼰대가 유달리 많다. A 씨(26·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한 꼰대질에 지쳤다. “언제 결혼할 거냐”는 질문이 아무 때나 날아들고, 부장은 “애 낳고 싶지 않아?”라는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던진다.

“애 낳고 싶은 생각 딱히 없는데요?”(A 씨)

“왜? 애 낳으면 얼마나 좋은데.”(부장)

“일단 저는 아파서 싫어요.”(A 씨)

이때 돌아온 부장의 대답이 압권이다.

“아니야. 하나도 안 아파. 내 와이프는 제왕절개했더니 하나도 안 아팠대.”

배정미 씨(30·여)의 전 직장 상사는 타인의 ‘쇼핑 리스트’에 관심이 많았다. 배 씨가 온라인으로 주문한 책을 보더니 상사는 “다 읽기는 해? 그냥 장식으로 시키는 거 아냐”라고 따지듯 물었다. 책 구입은 엉뚱하게도 결혼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상사는 “그렇게 돈을 써 대면 결혼을 못 한다. 남자들은 돈 많이 쓰는 여자들 안 좋아한다”고 훈계했다. 당시 상사의 직급은 대리, 나이는 배 씨보다 약간 많았다. 배 씨는 그를 ‘젊은 꼰대’라고 생각한다.

조가비 씨(33·여)는 미혼모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건 “부모님 속상하시겠다” “효도 많이 해라” 같은 죄인 취급이다.

“우리 엄마가 괜찮다는데 갑자기 제가 죄인이 되는 거죠.”

○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꼰대질은 ‘범죄’

이정인(23) 박하영 씨(23·이상 중앙대), 한수민 씨(21·한신대)가 만든 금꼰 포스터는 새해를 맞아 ‘꼰대가 되지 말자’는 다짐을 담았다.
흔한 꼰대질이 글로벌 기준에서는 ‘범죄 수준’인 경우도 있다. 방송인 요아킴 소렌센 씨(29)는 “얼굴이 주먹만 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한국의 어느 집단이나 이런 ‘얼평’(얼굴 평가), ‘몸평’(몸매 평가) 문화가 만연한 것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소렌센 씨는 “스웨덴에서는 살쪘다는 말은 절대 하면 안 되고, 만약 못생겼다는 말까지 한다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회사를 퇴직한 배준영 씨(30·여)는 꼰대질이 타인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말과 행동을 일컫는다고 해석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꼰대들에게 어떤 말부터 하고 싶을까.

“너는 꼰대로 태어난 게 아냐. 언젠가는 약자였어. 시키지만 말고 잘 들어주고 존중과 배려 좀 하자. 반말로 해야 할 것 같아 반말로 했다!”


▼ ‘굿바이 꼰대’ 그라피티, ‘68년생 김부장’ 포스터… 대학생들과 협업 제작 ▼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 기획 ‘청년, 꼰대를 말하다’는 다양한 청년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완성됐다. 이들은 남다른 재능과 소통 방식으로 2030 청년기자가 주축인 본보 특별취재팀과 협업했다.

‘굿바이 꼰대’ 그라피티는 경희대 힙합동아리 청년들의 작품. 이들은 그라피티 스폿으로 유명한 서울 강남구 선릉로의 일명 ‘토끼굴’에서 작업했다.

‘금꼰 포스터’는 대학생 연합 광고동아리 학생들이 만들었다. 가정과 학교 직장 등에서 나타나는 여러 유형의 꼰대를 패러디한 것. ‘금연’하듯 ‘금꼰’하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앞으로 금꼰 포스터는 매회 주제에 맞춰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당신이 만난 꼰대에 관한 경험담을 동아일보 특별취재팀 이메일(kkondae@donga.com)로 보내주세요. 꼰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건의, 부탁, 제언 등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특별취재팀(가나다순)
김소영 김수연 남건우 신규진 유성열 이윤태 조윤경 한성희 기자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꼰대문화#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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