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0년간 베스트셀러 이유는?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26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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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도 숨가쁘게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모바일, 좀 더 구체적으로는 스마트폰이라는 도구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져 보인다.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사회와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인 의식주(衣食住)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문화생활의 양상도 변했다. 방송사가 정해준 시간에 맞춰 TV 앞에서 기다려야했던 ‘본방사수’는 어느덧 구닥다리 용어가 되었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스마트폰이 생활의 중심에 자리잡으면서 문화생활의 양상도 변했다. 방송사가 정해준 시간에 맞춰 TV 앞에서 기다려야했던 ‘본방사수’는 어느덧 구닥다리 용어가 되었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로 유튜브와 SNS의 영향력이 늘어나면서, 서점가에는 ‘유튜브셀러’와 같은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화제가 된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빠른 시대의 변화 속에서 지친 독자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며 위안을 얻었다. 그 영향으로 2010년대에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2년 연속(2012~2013년) 종합 1위에 오르고, 2017~2019년까지 3년 연속(‘언어의 온도’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여행의 이유’) 에세이 분야가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시작과 끝을 감성적인 에세이 분야가 휩쓸었다.

교보문고가 도서시장 흐름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통계를 통해 2010년대 도서시장을 요약했다.

◇덜 읽고 덜 샀다…가구당 서적 구입비 및 성인 독서율 하락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가계의 ‘오락문화비’ 지출이 해마다 늘어나는 동안, 서적 구입비는 거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10년 21,902원에서 2018년 12,054원으로 무려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자료로 산출한 신간 1권의 평균 가격(2018년 기준)이 1만647원 정도. 가장 최근 년도인 2018년도의 12,054원의 서적 구입비를 감안하면 가구당 한 달에 책 한 권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우울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도 비슷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1995년 이후 해마다 70%대를 오르락내리락하던 성인 독서율은 2010년 처음으로 65.8%로 크게 하락했다.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2013년에는 다시 71.4%로 70%대를 넘었다가 가장 최근 조사인 2017년에는 급기야 60%가 안되는 59.9%라는 최저 독서율을 기록했다. 이 외에도 성인의 독서시간은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대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2010년 이후 10년 동안 판매량으로 집계한 베스트셀러 종합 순위에서 혜민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1위를 차지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힐링과 위로를 테마로 한 에세이의 시장을 넓혔던 대표적 베스트셀러로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으로 연간 종합1위를 차지한데 이어 2010년대 종합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나온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고요할수록 밝아 지는 것들’도 각각 10년간 종합 15위와 47위를 차지하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위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연간은 물론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 번도 1위를 차지한 적이 없었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2위의 영예를 안았다.

3위로는 ‘청춘’ 키워드의 시작을 알린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차지했다. 멘토들의 조언과 위로하는 말이 큰 인기를 거두면서 에세이 분야의 다양한 저자가 발굴 되고 출간종수도 대폭 늘어나면서 에세이 분야가 각광받았다.

◇2010년대 밀리언셀러 전반기는 스파크형, 후반기는 대기만성형

출판 시장이 어려워졌다지만 2010년대에도 모든 출판인들이 꿈꾸는 밀리언셀러의 탄생소식을 여럿 들을 수 있었다. 2010년대 전반기에는 1년 이내의 짧은 기간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책들이 밀리언셀러에 올랐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스타트를 끊은 이후 이러한 밀리언 셀러 도달 기록은 점점 더 짧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후반기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독자들의 사랑의 받은 대기만성형의 밀리언셀러들이 많이 나타났다. 출간 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SNS상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언어의 온도’와 ‘82년생 김지영’ 등이 대기만성형의 사례로 볼 수 있다.

◇2010년대 종합 100위에 가장 많은 책을 낸 작가는 유시민, 무라카미 하루키, 혜민 순

2010년 이후 10년간 누적 베스트셀러 종합 100위에 가장 많이 이름을 올린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등 4종을 낸 유시민이다. TV교양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해박한 지식과 언변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며, 201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저자로 꼽혔다. 무라카미 하루키, 혜민이 각각 3종의 도서가 종합 100위 내에 올랐다.

◇10년 동안 인문 분야의 종수는 대폭 상승, 자기계발 분야는 하향

10년간 종합 100위에 오른 도서의 분야를 살펴보면, 인문 분야가 2010년 5종에서 올해 20종으로 15종이 늘어나 가장 두드러진 신장세를 보였다. 2010년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기를 끈 후 심리학, 교양인문서가 그 뒤를 인기를 끌면서 상위권에 오른 인문분야 도서가 많았다.

2000년대에 ‘시크릿’ ‘마시멜로 이야기’ 등 자기계발서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호황을 누리던 자기계발 분야는 2010년 16종에서 올해 7종으로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두 분야의 대조적인 명암만 놓고 보면 자기계발서를 읽던 독자들의 관심이 대거 인문 분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10년 누적 순위에도 드러난 미디어셀러 파워


21세기를 여는 2000년대의 베스트셀러의 경우 자기계발 분야처럼 외부적 성취를 위한 도서가 강세를 보였다. 2010년대는 자기성찰과 자신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에세이류의 책들이 강세를 보였다. 이와 함께 SNS와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한 책들도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2010년 이후 10년간 누적 분야별 베스트셀러를 집계한 결과 분야별 특성에 따라 2010년대 이전에 출간된 스테디셀러가 강세를 보이는 분야가 있는 반면, 최근 출간된 신간들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로 나뉘었다. 스테디셀러가 강세인 분야는 가정생활, 과학, 유아 분야로 2000년대 누적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랐던 도서가 2010년대에도 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간이 강세를 보인 분야는 아동만화, 역사문화 분야다. ‘흔한 남매’ ‘설민석의 한국사대모험’ 등은 최근 출간되어 판매기간이 짧다는 핸디캡을 딛고 10년 누적 종합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러한 책들은 유튜브·TV 등 미디어에 활동이 많은 저자의 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 미디어 셀러의 파워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6:4 법칙과 주력 독자층의 이동(2030→3040)

지난 10년간 판매 데이터로 분석한 여성 독자와 남성 독자의 비중은 약간의 편차는 있었지만 꾸준히 6:4의 비율로 수렴했다. 즉 여성 독자가 남성 독자에 비해 약 1.5배 더 많이 책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러한 수치를 바탕으로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1.5배 더 많이 책을 읽는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동·학습서 분야의 여성 구매율을 감안해보면 여성 독자의 구매에는 자녀를 위한 도서구매가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독서량의 경우 비슷하거나 약간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범위를 판매량 상위권 도서로 좁혀보면, 베스트셀러에 대한 여성 독자의 영향력은 에누리 없이 남성 독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2010년대 후반기로 갈수록 이러한 영향력이 더욱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의 경우 상위권 도서의 상당수가 70~80%에 달하는 여성 독자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종합 10위권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는 베스트셀러가 되려면 女心(여심)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한 성공 방정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매 독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10년 전 최대 독자층이었던 20대의 경우 2010년에 37%의 비중에서 올해는 19%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 들었고, 그 자리를 40대에게 넘겨줬다. 이에 따라 주요 독자 구성도 2030에서 3040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10년 전 20~30대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30~40대가 되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넘길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어 앞으로 주요 독자층이 4050세대로 넘어가고 소비활동이 왕성한 젊은 독자층의 비중이 줄어들 경우 도서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도서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인 요소로 젊은 독자층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한 출판계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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