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선서 전 대통령 동생 당선…인권 탄압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7일 22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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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타바야 라자팍사 전 국방차관 당선
인권 탄압 논란에도 ‘안보’ 내세워 승리

스리랑카 대통령 선거에서 권위주의 정부가 또 다시 등장했다. BBC 등에 따르면 16일(현지 시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고타바야 라자팍사(70) 전 국방부 차관이 승리했다.

스리랑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7일 라자팍사 당선인이 52.3%을 득표했다고 발표했다. 상대 후보 사지트 프레마다사 주택건설·문화부 장관은 42.5%에 그쳤다. 라자팍사는 중간 개표 결과 승리가 확실시되자 최종 발표 전에 승리를 선언했다. 프레마다사도 일찌감치 패배를 인정했다. 라자팍사는 18일 취임할 예정이다.

라자팍사 당선인은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2005~2015년 재임)의 동생으로 형과 함께 철권통치를 주도한 인물이다. 특히 수십 년 간 계속된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간 내전을 종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년의 군 경력도 있다.

불교도 싱할라족 출신인 라자팍사 당선인은 내전 종식 과정에서 수천 명의 타밀족 민간인이 실종된 의혹에 연루돼 있다. 25년 이상 지속된 내전에서 약 10만 명이 사망했다. 당시 그에 비판적인 언론인, 사회 운동가들이 실종됐다. 그는 실종 사건에 대한 어떤 혐의도 부인했다. 그가 당선되면 무슬림과 타밀족 등 소수 집단에 대한 탄압이 발생할 것이랑 우려도 나온다.

그럼에도 라자팍사 당선인이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강한 안보’가 꼽힌다. BBC는 그의 당선이 올해 4월 부활절 테러 이후 강한 리더십을 원하는 스리랑카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슬람 무장단체가 일으킨 부활절 테러로 26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정부는 인도 정부의 테러 첩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라자팍사 당선인은 또 중국과의 관계회복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임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대통령은 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선 중국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둬 왔다. 중국은 스리랑카 최대의 채무국이다.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스리랑카 경제에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반면 프레마다사 장관은 빈곤 퇴치와 주택 개량 등을 주된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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