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영상 일찍 줬다면 신속 수색 도움됐을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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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이륙 영상 미제공’ 비판
KBS “20초 빼고 곧바로 줘” 해명에 경비대 “4차례 요청 묵살” 재반박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한 소방헬기 ‘영남1호’의 사고 직전 이륙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KBS 직원이 수색당국에 빨리 전달했다면 사고 수습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KBS 해명을 두고 독도경비대가 재반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4일 KB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영남1호의 이착륙 모습을 3개의 동영상으로 찍은 KBS 직원이 경찰에 제공하지 않은 1개의 동영상(20초 분량)엔 헬기가 이륙하면서 180도로 방향을 트는 장면이 담겼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처음 진행 방향이 담긴 동영상을 바로 수색당국에 전달했으면 신속한 수색에 도움이 됐을 것”이라며 “헬기가 이륙 초기에 고도를 올리느라 속도가 느린 장면도 담겨 있어 수색 범위를 진행 방향과 가까운 곳으로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륙 후 (KBS 직원이) ‘퍽’ 소리를 들을 때까지의 시간을 신속히 증언했다면, 추락 위치를 가늠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라고 했다. 동영상을 찍은 직원이 “이륙 얼마 있다가 무거운 소리,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헬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말한 내용이 KBS 뉴스를 통해 사고 이틀 뒤인 2일 보도됐다.

동영상을 제때 제공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3일 KBS는 “직원이 찍은 화면 중 20초가량 되는 일부를 제외하고 곧바로 제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4일 독도경비대는 “곧바로 제공했다”는 KBS의 해명을 재반박했다.

경비대에 따르면 KBS 직원은 “헬기 뜨는 모습을 찍는 것을 봤는데 수색에 참고하게 좀 보내 달라”는 경비대 관계자의 요청을 4차례 거부했다. 경비대 측은 사고 발생 90분이 지난 1일 0시 55분과 오전 1시 1분에 각각 전화를 걸어 KBS 직원에게 동영상을 요청했으나 직원은 “이륙 장면은 없다”고 했다. 그러다 직원은 오전 1시 8분에 문자로 “착륙 장면만 있다”고 알리면서 영상을 경비대 측에 보냈다.

다시 오전 1시 13분 경비대 관계자가 “이륙 모습을 찍는 걸 봤다”고 전화로 다시 요청했지만 KBS 직원의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이 직원은 오전 6시 20분 식당에서 경비대 관계자와 마주쳤을 땐 “이륙 영상을 삭제했다”고 말을 바꿨다. 경비대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색작업으로 바쁜 와중에 KBS의 동영상 제공 여부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느라 3일 내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늦게라도 KBS가 사과 방송을 한 건 다행”이라고 밝혔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윤다빈 기자
#소방헬기 추락#kbs#영상 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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