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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야 본다” 쇼트폼 콘텐츠 글로벌 大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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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야 본다” 쇼트폼 콘텐츠 글로벌 大戰

이서현 기자 입력 2019-10-31 03:00수정 2019-10-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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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 총 1조 원, 선광고 계약만 1000억 원.’

얼마나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는 기업의 실적일까. 궁금증을 자아내지만 정작 이 회사 서비스는 아직 공개하지도 않았다.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캐천버그가 최근 만든 미국 콘텐츠 제작회사 ‘퀴비(Quibi)’의 실적이다. 디즈니와 유니버설, 알리바바 등 세계적 기업들이 퀴비 투자에 뛰어들면서 총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가 모였다. 내년 초에 공개할 동영상에 벌써 광고 물량만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계약했다.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가 퀴비에 이렇게 주목하는 이유가 뭘까.

핵심은 캐천버그가 이 회사를 차린 배경이다. 그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에 태어난 세대)의 미디어 소비 습관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여기는 이들은 모든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이동 중에도 소비한다.


퀴비는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들이 제작할 동영상은 모두 편당 10분 내외다. 회사 이름도 ‘간편하게 즐기는 한입거리’라는 뜻인 ‘퀵 바이트(quick bites)’의 줄임말.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프리미엄 오리지널 콘텐츠’에 ‘쇼트폼(short from)’이라는 개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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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비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 ‘스냅챗’도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경쟁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쇼트폼+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구사 중이다. 역시 주요 이용자인 Z세대를 서비스 안에 묶어 두기 위해서다.

‘스냅 오리지널스’라고 불리는 이 동영상들은 철저히 Z세대의 취향에 맞춰져 있다. 스마트폰을 일부러 가로로 돌리지 않고 보는 세로형 동영상으로 러닝타임은 5분 내외다. 세로의 긴 화면을 활용하기 위해 만화처럼 한 장면을 위아래로 나누는 파격적인 분할 편집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국내에서도 이미 10분 내외 분량의 웹드라마 등을 통해 꾸준히 짧은 콘텐츠 제작이 이뤄져 왔다. 웹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2017년)의 누적 조회수는 1억 뷰를 훌쩍 넘었다. 최근 선보인 tvN ‘신서유기 외전: 삼시세끼―아이슬란드에 간 세끼’도 대표적인 쇼트폼 사례다. 인기 예능 ‘신서유기’의 시즌7 방송을 앞두고 파격적으로 단 5분 분량으로 편성했다. 쇼트폼은 이미 영상 콘텐츠의 러닝타임을 새롭게 정의하고 제작 지형을 바꿔 놓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카카오가 새로 출범시킨 자회사 ‘카카오M’은 자체 콘텐츠 제작을 앞두고 쇼트폼에 대한 내부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기존 영상 제작은 TV용으로 만든 콘텐츠를 모바일용 쇼트폼으로 전환하는 의사 결정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모바일용 짧은 콘텐츠를 TV등 다른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유통시킬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모바일 중심의 쇼트폼 콘텐츠는 화면 크기나 러닝타임을 고려했을 때 등장인물 수가 적고 촬영지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는 곧 제작비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쇼트폼 콘텐츠 전문 제작사가 꾸준히 늘어나며 콘텐츠의 저작권(IP)을 기반으로 다양한 실험도 벌어지고 있다. ‘바나나액츄얼리’ ‘dxyz’ 등 1∼5분 내외의 드라마로 유명한 제작사 ‘72초TV’는 쇼트폼 콘텐츠와 연계한 맥주나 의류 브랜드 등을 선보였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을 히트시킨 ‘와이낫미디어’는 의류 브랜드와 협업해 배우 박보검을 영상에 등장시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건국대 경영학과의 이승윤 교수는 “최근 콘텐츠의 러닝타임은 점점 짧아지고 편집도 빠른 호흡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라며 “앞으로 이 같은 쇼트폼 콘텐츠는 더욱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쇼트폼 콘텐츠#z세대#퀴비#스냅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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