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당뇨에 영향 미치는 뇌 혈당 조절 세포 발견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4일 12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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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 농도 감지해 인슐린 분비 조절하는 뇌 신경세포 확인
당뇨병 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새 전기
'네이처'에 논문 게재

당뇨에 영향 미치는 뇌 혈당 조절 세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발견됐다.

KAIST는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와 미국 뉴욕대학교(NYU) 오양균 박사 공동연구팀이 초파리 모델 시스템을 이용해 뇌 속에서 체내 혈당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는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발견하고 원리를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초파리 뇌 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인슐린 생산조직 활성화, 글루카곤 생산조직 활동억제 등을 통해 체내 혈당 조절에 어떻게 관여하는지를 처음으로 밝혀 당뇨병 진단 및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KAIST 생명과학과 출신 오양균 박사가 1저자로 참여하고 서성배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23일 게재됐다. (A glucose-sensing neuron pair regulates insulin and glucagon in Drosophila)

당뇨병의 원인에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지만, 대부분 췌장 인슐린 분비세포 기능이 저하되면서 병이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뇌가 당뇨병의 정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대부분의 당뇨병 환자에게 스트레스가 증세에 영향을 미치고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 뇌 어딘가에 존재하는, 알려지지 않은 혈당 조절 능력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 주장이다.

인간 두뇌의 시상하부나 후뇌 등에 포도당을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돼 왔지만, 이런 세포들이 어떻게 포도당을 감지해 몸의 각 부위에 명령을 내리는지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서성배 교수 연구팀은 초파리를 이용해 혀나 내장기관뿐 아니라, 동물의 뇌 속에서 포도당을 감지하는 세포와 수용체의 존재 여부를 연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초파리 전체 뇌 신경조직을 대상으로 한 광범위한 스크리닝을 통해 초파리가 포도당의 영양적 가치를 판단하는데 필수적인 한 쌍의 신경세포를 발견하고, 이 한 쌍의 신경세포가 체내 포도당 농도 증가에 반응해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연구팀은 약학적, 유전학적 방식을 사용해 이들 세포가 인간의 췌장 세포와 유사한 분자적 시스템으로 포도당을 인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이어 연구팀은 해당 신경세포가 초파리의 인슐린 생산을 담당하는 신경조직(IPCs)과 글루카곤의 기능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조직(AKH-producing cells)에 각각 축삭돌기(신경 세포체에서 뻗어 나온 돌기)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축삭돌기 확인은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체내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을 생산하는 조직들에 직접 체내 영양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와 두 호르몬 분비 조직들 사이의 물리·기능적 상호작용을 확인한 결과,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활성화된 경우 인슐린 생산조직 역시 활성화되지만 글루카곤 생산조직의 활동은 억제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연구팀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억제할 경우 인슐린 생산조직의 억제로 인해 혈중 인슐린 농도가 감소하며 글루카곤 생산조직에 대한 억제가 사라짐에 따라 혈중 글루카곤 농도가 증가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서 박사는 “이는 이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혈중 포도당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의미”라면서 “뇌 속에 한 쌍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함으로써 당뇨병의 증상을 가지는 초파리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신경전달 기능을 하는 짧은 단백질 종류인 sNPF(small Neuropeptide F)가 해당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에서 발현하고 포도당에 노출됐을 때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과 인슐린 생산조직 및 글루카곤 생산조직에서 sNPF 수용체가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의 신호를 받는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도 증명해 냈다.

서성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 원인 규명과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며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호가 체내 혈당 조절에 근본적인 역할을 함이 구체적으로 규명되면 한단계 진보된 당뇨병 진단 및 치료뿐 아니라 비만, 대사질환 치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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