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분류에 성분은 ‘깜깜이’…액상형 전자담배 대책 통할까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3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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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유해성 확인 전까지 사용중단 강력권고"
안전관리대책 발표했지만…국회 입법 '수두룩'
복지부 "관리 미흡 인정…당 차원 노력 기대"

정부가 국내외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를 둘러싸고 폐 손상과 사망 사례가 발생하자 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하고 첫 정부 합동 안전관리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을 거두려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제 유해성분 분석을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담배 정의 확대나 성분 공개 등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수입업자 등에게 성분 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국내외 유통 관리가 최선의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3일 관세청·기획재정부·식품의약품안전처·여성가족부·질병관리본부·환경부 등과 합동 브리핑을 열고 액상형 전자담배 안전관리 2차 대책을 발표했다.

해외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지난달 20일 사용 자제를 권고했지만 15일 기준 미국에서만 중증 폐 손상 1479명, 사망 33명 등 피해가 늘고 국내에서도 의심사례가 보고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외국의 폐 손상 및 사망 사례 발생에 이어 국내에서도 폐 손상 의심 사례가 보고되는 등 현 상황은 담배와 관련된 공중보건의 심각한 위험으로 판단된다”며 “국민 여러분 모두에게 액상형 담배전자 사용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말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 임산부 및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절대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말고 비흡연자 역시 앞으로 액상형 전자담배를 절대 사용하지 마시라”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가 내놓은 2차 대책은 ▲법적 근거 마련 ▲신속한 조사 실시 ▲안전관리 강화 ▲니코틴액 등 수입통관 강화 ▲불법 판매행위 단속 및 유해성 교육홍보 등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정부가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관리 조치로는 대마 성분인 ‘THC(tetrahydrocannabinol)’와 ‘비타민 E 아세테이트’ 등 구성성분 정보 제출 요구다. 현행 제품안전기본법,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해 액상형 전자담배가 어떤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지 제조·수입업자로부터 파악하는 일이다.

제품 회수나 판매 금지 등 조치를 위해선 유해성분 분석과 인체유해성 연구에서 유해하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 정부는 이를 조속히 완료하겠다는 계획인데 성분 분석은 다음달, 인체유해성은 내년 상반기에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는 유통 관리 방안이 있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11개 회사 36개 품목은 모두 수입품이다. 여기에 담배로 관리되지 않는 줄기·뿌리 니코틴 등 담배 유사제품이 약 70개 시중에서 팔리고 있다.

정부는 니코틴액(향료 포함) 수입·판매업자를 상대로 통관 시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한다. 불법 의심 해외사이트 유통 경로 차단, 니코틴 함량 1% 이상에 대한 유독물질 수입신고 구비 확인 및 수출국 제조허가증 자료 청구, 해외직구·특송화물 통관 강화, 관련 세액 탈루 등 관세 조사 추진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나성웅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오늘 정부는 미비점을 인정하면서 국민들에게 위험성을 알려 자발적으로 유도하는 게 가장 크다”면서도 “유해성이 확인되면 바로 리콜을 하는 등 단계적으로 밟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액상형 전자담배 자체에 대한 안전관리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일단 담배사업법에서 담배를 ‘연초의 잎을 원료 일부나 전부로 해 만든 제품’으로 한정하고 있어 액상형 전자담배처럼 ‘연초의 줄기·뿌리 니코틴 제품’은 담배 관리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들 제품은 공산품으로 유통된다.

담배와 담배 연기에 포함된 성분과 첨가물 등 정보도 알 수 없다. 안전성, 유해성 관리체계는 궐련 담배에 한해서만 분기별로 니코틴 및 타르 성분 분석을 지정 시험기관에 의뢰하는 게 전부다.

이런 탓에 박능후 장관도 “시중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중 상당수가 담배 유사제품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있고 기존 궐련 담배 등에 대해서도 제품에 함유된 유해성분 보고 등 안전관리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결국 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재 국회에는 국민건강증진법상 성분공개 및 가향 규제 4건, 담배사업법상 성분공개 및 가향물질 함유 규제 3건, 담배 개념 정의 변경 4건 등 11건이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해 나성웅 국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액상형 전자담배 위험성이 계속 논의됐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도 담배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저희들도 국민 홍보를 하면서 같이 (입법) 작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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