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SLBM에 대해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 못 하는 정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8일 2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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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이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SLBM 발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누차 여러 기관에서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 제가 추가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극성-3형 발사를 대북제재 결의 위반 행위로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추가할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결국 ‘정부가 왜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다른 분 질문을 받겠다”고 말을 돌렸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 또한 “SLBM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사용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위반 사항”이라고 하면서도 정부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안보리 결의에는 그렇게(위반) 쓰여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당국자는 수차례 비슷한 질문에 “안보리 결의에 잘 나와 있다”고 대응하다가 미 국무부가 2일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것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니냐고 묻자 “교통위반을 안 해도 법규를 지키라는 캠페인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엔 안보리가 2009년 6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는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2일 발사한 북극성-3형을 두고 “새형(신형)의 잠수함탄도탄”이라고 밝힌 만큼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임에도, 정부는 북극성-3형 발사의 위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대변인이 언급한 ‘여러 기관에서 말씀드린 것’ 또한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상임위원들은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이러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힌 것 외에는 아직 안보리 결의위반 여부를 한국 정부가 제대로 평가한 적이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2일 국정감사에서 “(북한 미사일의 안보리 결의)위반 여부에 대한 판정은 안보리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5월 취임 2주년 KBS 특집 대담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두고 “유엔 안보리 결의 속에는 탄도미사일을 하지 말라는 표현이 들어있기 때문에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이것이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SLMB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SLBM에 대한 입장표명을 꺼리는 것은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란 지적도 나온다.

한편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영국, 프랑스, 독일이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SLBM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인철 대변인은 8일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회의가 열리는데 그중에 ‘기타 의제’에서 거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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