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엘키라시코’ 노련한 ‘류’ vs 과감한 ‘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7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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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장정석 감독(왼쪽)-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키움 장정석 감독(왼쪽)-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키움 히어로즈는 팀 이름이 넥센이었던 시절 LG 트윈스와 묘한 라이벌 관계를 구축했다. 팬들은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의 숙명적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더비 ‘엘클라시코’에서 딴 ‘엘넥라시코’라고 불렀다.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두 팀이 격돌하며 라이벌은 ‘엘키라시코’로 다시 태어났다.

두 팀의 사령탑 류중일(56·LG), 장정석(46·키움) 감독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일전을 치르고 있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는 류 감독은 정공법, 반대로 장 감독은 파격의 연속이다.

류 감독은 6일 준PO 1차전을 앞두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숨길 이유가 없다”며 시리즈 전체 선발진 운용 계획을 공개했다. 시즌 말 부상으로 내야 수비소화가능 여부에 관심이 쏠려있는 오지환에 대해서도 교란작전은 없었다. 수비 훈련까지 소화한 상태기 때문에 ‘경기 후반 대타로 나가 수비를 할 수 있다’는 연막도 가능했지만 “2차전까지 수비는 쉰다”고 못 박았다. 특히 류 감독은 “경기 초반 1번 이천웅이 출루하면 2번 정주현은 희생 번트다”는 경기 설계도 숨기지 않았다.

유격수 오지환의 수비 가능 여부는 대타, 대주자 투입 시기 그리고 이에 따른 상대 팀 불펜 운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류 감독은 표현 그대로 ‘직구 승부’를 하고 있다. 평소 성격 그대로다. 류 감독은 삼성 라이온즈 사령탑 시절 선발투수 2명을 포스트시즌 한 경기에 함께 투입하는 ‘1+1’ 작전으로 큰 성공을 거뒀는데 그 때도 미리 전술을 공개하며 상대를 압박했다. 복병을 숨기고 기다리기 보다는 정면승부로 맞붙어 이기는 정공법을 선호한다.

반면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현란한 전술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장 감독은 더 과감한 모습으로 가을무대로 돌아왔다. 지난해 장 감독은 자신의 가을야구 데뷔전이었던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역전승을 이끌었다. 0-2로 뒤진 5회 무사 1·2루에서 9번 김재현에게 희생번트가 아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무사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가 1번 이정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모하리만큼 과감했다. 그리고 5회에만 대거 5점을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수비 시프트가 실패해도 계속 밀어붙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올해 장 감독은 3루수로 김웅빈을 낙점해 6번 타순을 맡기는 등 선수기용부터 과감하다. 마운드 운용은 파격적이다. 1차전에서 조상우가 시속 156㎞의 빠른 공을 연이어 던지며 위용을 과시했지만 임무는 딱 한 타자 만이었다. 연이어 투구 스타일이 전혀 다른 김상수, 오주원을 투입하며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5회 피치아웃에 걸려 도루를 실패한 김하성의 그린라이트를 끄지 않아 8회 또 한 번 도루를 시도하게 한 점도 실패확률을 줄이는 야구가 아닌 성공 확률을 높이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고척|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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