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캠페인으로 年 6만 명의 생명 살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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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졸중 치료는 시간이 핵심, 전국민 캠페인 열어 증상 알려야

김병문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뇌졸중센터 영상의학과 교수
김병문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뇌졸중센터 영상의학과 교수
2019년도 벌써 10월이 목전(目前)이다. 10월에는 의미 있는 날들이 많지만 의사로서 독자 여러분이 꼭 기억하셨으면 하는 날이 있다. 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뇌졸중(뇌중풍)은 뇌의 혈관이 갑자기 막혀 산소 공급이 끊기거나(허혈성 뇌졸중), 뇌혈관이 터져 뇌출혈이 일어난 상태다. 우리나라에서도 단일 질병 기준 가장 심각한 사망 원인이자 장애 유발 요인이다. 뇌졸중으로 연간 약 2만 명이 숨지고 4만여 명이 평생 장애를 얻는다. 불행 중 다행으로 허혈성 뇌졸중은 일찍 발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만으로 생명을 구하고 장애 없는 일상으로 돌아올 확률도 크게 높아진다.

뇌졸중은 다른 급성질환과 달리 육안으로 초기 증상을 확인하기 쉽다. 초기 증상은 웃을 때 입꼬리가 한쪽만 올라가고, 양팔을 들었을 때 한쪽이 잘 안 올라가거나, 말할 때 발음이 어눌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 등이다. 이런 경우 즉시 119에 전화해 뇌졸중이 의심된다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환자 스스로 전화하거나 병원에 오기 어려우므로 주변의 도움이 매우 중요하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뇌졸중 발생 직후 최장 24시간 이내로 본다. 당연히 치료가 빠를수록 결과는 더 좋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생긴다.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의료 인력과 병원 인프라, 좁은 국토와 촘촘한 교통망, 유능한 119 긴급구조인력 등 뇌졸중에 잘 대처할 모든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여전히 뇌졸중은 국내 사망 원인의 윗자리를 차지한다. 더 속상한 사실은 뇌졸중을 겪고 살아남을 확률은 비슷한 조건의 일본에 비해 불과 40% 수준이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뇌졸중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나라 중 하나다.

필자는 이런 차이가 뇌졸중 초기 증상을 잘 몰라 병원에 늦게 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초기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뇌졸중을 의심하지 못해 치료 타이밍을 놓치는 일이 허다하다. 제아무리 최고의 의료 인력과 장비, 헌신적인 119 구급대가 있어도 환자가 병원에 늦게 온다면 무소용이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자는 뇌졸중 인식 제고에 국가가 나설 것을 제안한다. 우리 정부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금연 캠페인이 있다. 캠페인 결과 흡연율을 지난 20년 사이 30%포인트 가까이 낮췄다. 뇌졸중 관련 캠페인은 비용 대비 기대효과가 이보다 클 것이다. 상대적으로 증상을 기억하고 알아채기 쉽기 때문이다.

뇌졸중 캠페인의 성공은 매년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6만 명의 사망자 및 장애환자를 줄여 환자 가족을 포함해 수십만 명의 행복을 지킬 것이다. 경제적 효과도 작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뇌졸중 치료와 재활 등에 소요된 건강보험 재정은 1조833억 원인데 이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웃나라 일본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 비결도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정부 주도의 강력한 뇌졸중 교육 캠페인이었다.

김병문 대한신경중재치료의학회 회장·세브란스병원 뇌졸중센터 영상의학과 교수
#뇌졸중 캠페인#뇌졸중 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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