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초청대회에서 베일 벗은 외국인선수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8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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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8일까지 광주 빛고을체육관에서 벌어진 광주시 여자프로배구 4개구단 초청경기의 최대 관심사는 외국인선수였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KGC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은 발린티나 디우프와 3순위 도로공사 세리단 앳킨슨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벤트 매치에 참가한 감독들과 구단 관계자, 취재진의 관심은 컸다. 국가대표팀에 차출 중이던 박정아가 6일 부친상을 당했다는 소식에 부산의 상가로 떠나려던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은 디우프가 출전하는 인삼공사-현대건설 경기 첫 세트를 지켜본 뒤에야 빛고을경기장을 떠났다. IBK기업은행 김우재 감독도 도로공사와의 경기를 마치고 엔드라인 뒤편에서 코치진과 디우프를 관찰했다.

경기 전까지만 해도 KGC인삼공사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서남원 감독도 디우프의 진짜 실력에 걱정이 많았다. “여차하면 돌려보낸다”는 소문도 나돌던 터였다. 그동안의 팀훈련 때 공을 전력으로 때리지도 않았고 동작이 느린 데다 설렁설렁하는 태도 등으로 좋은 점수는 받지 못했던 디우프였다.

하지만 경기에 막상 들어가자 이전까지의 디우프는 아니었다. 온 힘을 다한 강타는 아니었지만 서남원 감독의 표현처럼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줬다. 세터 하효림이 연결해주는 공이 낮아 아직은 장신(203.5cm)의 장점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위력은 있었다. 힘을 빼고 엔드라인을 향해 길게 때리는 스파이크는 상대팀이 애를 먹을 정도로 위력이 충분했다.

서남원 감독은 “훈련 때 대충했지만 다른 외국인선수들과 경쟁하다보면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기대했다”고 말했다. 물론 감독은 디우프의 많은 것을 가추고 싶었다. 간혹 하효림이 위기상황에서 디우프를 바라보려고 하면 공을 나눠서 배분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결국 디우프는 2세트를 마치고 않고 코트에서 나왔다. 13득점을 기록했다. 점프를 하지 않고 네트 위로 길게 올라오는 팔 덕분에 블로킹의 위력은 무시무시했다. 상대 공격수들을 압도할 위력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연결하는 능력도 눈에 띄었다. “기본기는 좋다. 다만 옆으로 빠지는 공은 잡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지금 세터들과는 손발이 맞지 않지만 염혜선은 단 하루 함께 훈련했는데 공을 높게 잘 맞춰줬다”고 서남원 감독은 귀띔했다.

도로공사의 앳킨슨은 파괴력이 눈에 띄었다. 물론 아직 김종민 감독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다. 김종민 감독은 “최근 며칠간 강하게 훈련을 시켰더니 힘들다고 했다. 잘 달래가면서 필요한 훈련을 꾸준히 시킬 생각이다. 문화차이로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은 밀당을 해가면서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로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체중이 100kg을 넘는다고 알려졌는데 시즌을 버틸 내구성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다. 7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는 세터 이원정의 힘 있는 연결에 맞춰 수비수가 쉽게 막기 힘든 각도의 공격을 했다.

이미 한국에서 V리그 한 시즌을 치른 IBK기업은행 어도라 어나이와 현대건설 마야(밀라그로스 콜라)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졌다. 이들은 지난 시즌보다 체중이 많이 분 것이 눈에 띄었다. 김우재 감독은 어나이에게 “프로선수라면 감독이 억지로 시키기 전에 스스로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기 바란다”고 점잖게 말했다. 현대건설 이도희 감독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감량하면 된다. 주전세터 이다영과 맞춰봐야 마야의 능력이 확실히 드러난다”면서 이번 이벤트매치의 성패에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외국인선수들이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V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을 통해 가면 훈련이 힘들다는 얘기를 듣는다. 자기들끼리 단체 SNS를 통해 많은 정보를 사전에 얻고 온다. 아직 시즌 개막까지는 한 달의 기간이 있어서 이들의 성공실패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광주|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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