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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태극권이 스트레스 잡는 덴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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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태극권이 스트레스 잡는 덴 고수”

김상훈 기자 입력 2019-09-07 03:00수정 2019-09-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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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3> 최환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환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5년 이상 태극권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근육과 마음을 이완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극권을 질병 치료에 활용하기 위해 정식 학회 출범을 추진 중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수면과 대사증후군, 어떤 관계일까. 최환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59)의 연구에 따르면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적게 자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커진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비만 등의 질병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2013년 최 교수 연구팀은 15개 국제학술논문에 등장하는 18∼50세의 대사증후군 환자 7만8082명의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수면 시간이 하루 7, 8시간을 밑돌거나 초과하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23∼27% 증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그해 네이처 자매지 ‘영양과 당뇨’에 게재됐다.

최 교수는 현대인의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다고 했다. 만성피로와 스트레스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란다. 약간 숨이 찰 정도로 매일 운동하고, 숙면을 취하며, 체중을 유지하면서 절주와 금연을 권했다.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건강 원칙’ 외에 최 교수는 한 가지를 더 추천했다. 바로 이완 훈련이다. 이완 훈련이야말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 해소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 최 교수 자신도 이완 훈련을 25년 넘게 하고 있다 했다. 그 훈련이 바로 태극권이다. 최 교수는 올해 12월 대한가정의학회 15대 이사장에 취임한다.

○ 태극권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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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당시 여의도성모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였다. 그 환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약간의 불안장애가 있는데, 태극권을 했더니 좋아졌다.” 처음엔 믿지 않았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자세를 보니 운동 효과가 없을 거라 여겼다.

그때 최 교수는 긴장성 두통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어깨 뭉침도 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척추가 휘어져 있던지라 허리통증도 작지 않았다. ‘태극권을 해 볼까.’ 마침 당시 여의도 동아문화센터에 태극권 강좌가 있어 수강 신청을 했다. 25년 넘게 지속된 태극권과의 인연이 이렇게 시작됐다.

강좌는 일주일에 1회 열렸다. 최 교수는 제대로 배우려면 1회로 부족하다고 판단해 세 강좌를 끊었다. 강좌에서 1시간 배우면 집에서 최소한 30분 동안 복습했다. 단 하루도 태극권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3, 4년이 흘렀다. 동작이 ‘고수’를 닮아갔다. 알면 알수록 태극권에 더 빠져들었다.

태극권 동작은 부드럽다. 사실 최 교수가 태극권에 반한 것도 이 동작 때문이다. 모든 운동 중에서 가장 동작이 우아하고 예쁘다는 것. 최 교수는 “어떤 사람은 이 동작들이 남성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상당히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운동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처음에는 10분만 동작을 따라 해도 마루에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지금도 30분 정도만 하면 옷이 다 젖는단다.

○ “태극권, 이완 효과 커”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최 교수는 태극권을 추천한다. 건강 증진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어떤 이점이 있을까.

최 교수는 먼저 태극권을 오래하면 평형감과 균형감이 개선된다고 했다. 이를 통해 낙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는 여럿 나왔다. 심폐 기능을 호전시키는 유산소 운동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것도 이점이다. 최 교수는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극권을 언제 시작하든, 그 나이가 몇 살이든 관계없이 시속 6km로 걷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데 태극권이 좋다는 것이 최 교수의 생각이다. 최 교수는 “젊거나 큰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면역력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방치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면역력은 바이러스와 세균에 저항하는 능력이다.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이런 능력을 향상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까. 최 교수는 신체적·정신적 이완을 제시했다. 태극권, 명상, 요가 같은 운동이 이런 이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음양오행과 같은 복잡한 개념을 이해하지 않아도 좋다. 자신에게 집중해 이런 운동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편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각종 신체 증세도 사라진다고 했다. 최 교수도 두통과 어깨 뭉침 현상이 3개월 이내에 좋아졌다.

○ 태극권을 치료에 활용하다

최 교수는 태극권을 본격적으로 질병 관리에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미 2000년 이전에 미국에서부터 이런 시도가 있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800여 명을 대상으로 태극권의 낙상 예방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00년에는 호주 국립노화연구소가 비슷한 내용의 연구를 시작했다. 최 교수는 1년간 호주에서 연수를 받으며 이 연구를 진행했다. 당시에는 미국과 달리 40명을 집중 연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연구 후속작업이 4년간 진행돼 논문은 2005년 출간됐다. 최 교수는 제2저자로 등재됐다.

실제 환자 치료에 이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했다. 최 교수는 2009년 당시 접했던 60대 환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 환자는 척추가 만성 염증으로 굳어지는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있었는데, 태극권을 훈련한 후 증세가 개선됐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70대가 됐는데,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더 이상 악화하지 않았다. 요즘에는 등산도 자주 하는 것 같더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관절염 환자들과 매주 1회 함께 태극권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함께 모여 태극권을 훈련하는 ‘의료인 태극권 모임’도 만들었다.

최근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태극권을 질병 관리에 적극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학회를 출범할 조짐도 보인다. 국내에서는 최 교수가 그런 움직임의 중심에 서 있다.

“국내에서도 가칭 ‘국제의료태극권기공학회’를 출범시키기로 하고 의료인들이 논의 중입니다. 올 4월에는 약 40명의 의사가 사전 모임도 가졌죠. 질병을 예방하는 수단으로서의 태극권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을 계획입니다.”

▼ 초보가 따라 할 수 있는 기본동작 ▼

“몸에 불필요한 힘을 빼고 물흐르는 마음으로 자세 취해야”

최환석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태극권에는 여러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운동 요령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처음에는 혼자 동작을 터득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정식으로 배워도 3, 4년은 돼야 동작이 완전히 몸에 익는단다. 그래도 기본기는 배워볼 수 있다. 최 교수가 기본 동작 시범을 보였다.

○ “힘 배분 잘하고 집중하라”

동작을 할 때 몸에 불필요하게 힘을 줘서는 안 된다. 물이 흐르는 마음으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근육을 이용해 팔과 다리를 움직이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최 교수는 “이 부분이 가장 어렵다. 초보자의 동작을 교정해 주려고 손을 대보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완전히 힘을 빼는 것도 옳은 방법은 아니다. 의외로 태극권을 하면 악력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부드럽게 하되 손끝에 힘을 얹는다는 뜻이다.

마음을 다잡는 것도 중요하다.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멍하니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은 틀린 방법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태극권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운동이다. 팔과 다리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의도적으로 그 동작을 마음이 따라간다는 생각을 유지해야 한다. 최 교수는 이를 ‘마음 챙김’이라고 표현했다.

○ “기본 자세 배워 볼까”

최 교수는 초보자가 따라할 수 있는 ‘기세(起勢)’와 ‘남작미(攬雀尾)’ 자세를 설명했다. 기세는 기본 자세라고 할 수 있는데, 먼저 정면을 향한 채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린다. 천천히 양팔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올린다. 그 다음에는 기마 자세처럼 무릎을 구부리면서 양팔을 허리 높이까지 내린다. 이 자세에서 남작미로 이어진다.

왼발을 9시 방향으로 내딛는다. 이어 몸을 왼쪽으로 돌리면서 왼쪽 무릎을 살짝 굽힌다. 이때 오른쪽 무릎은 편 상태를 유지한다. 그 자세에서 왼팔은 왼쪽 공중으로 들고, 오른팔은 오른쪽 바닥으로 내린다. 이어 왼쪽 손바닥을 뒤집는다. 동시에 오른팔을 왼쪽 팔꿈치 아래로 보낸다. 최 교수는 “마치 공작을 보듬듯 부드럽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게중심을 오른발로 옮긴다. 양팔을 번갈아 아래위로 보낸다. 그러다가 양손을 겹친 상태로 무게중심을 다시 왼발로 옮기면서 두 팔을 쭉 민다. 그 후에는 다시 오른쪽 무릎을 구부리면서 무게중심이 몸의 뒤쪽에 오게 한다. 이때 양팔을 위쪽으로 올린다. 다시 왼쪽 무릎을 굽히면서 무게중심이 몸의 앞쪽으로 오게 하면서 양팔을 앞쪽으로 민다. 이 동작이 끝나면 방향을 바꿔 오른쪽으로 똑같은 자세를 취하면 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태극권#최환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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