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 당국자들, “지소미아 파기 결정 되돌려라” 靑 거론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14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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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27일(현지 시간)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최종 종료일 전에 되돌리라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청와대를 직접 거론하며 공개적으로 지소미아 유지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이날 AF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지소미아가 11월 22일까지는 유지된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워싱턴은 서울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지소미아로 돌아가려면 할 일이 많을 것으로 본다”며 협정이 끝내 파기될 경우 한일 양국이 이를 다시 체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지소미아의 실제 만기일까지 석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 이전에 파기 결정을 재고하라는 것. 유효기간이 1년인 지소미아는 종료 90일 전에 어느 한 쪽이 갱신 의사가 없음을 서면 통보하면 종료되며, 이를 철회해 재연장하는 절차나 규정은 정해진 게 없다.

이 고위 당국자는 “(한일 간 갈등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은 청와대와 도쿄의 인사들 간에 이뤄지는 것으로, 미국과는 상관이 없다”는 언급도 내놨다. 한일 간 분쟁은 양국 스스로 풀어야 한다는 의미였지만 청와대를 콕 찍어서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또 다른 당국자는 청와대가 앞서 “미국을 매개로 한 3국간 정보공유 채널(TISA)을 적극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핵무장을 한 북한을 상대로 하면서 그런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2016년 지소미아 체결 이전에 써왔던, 미국을 거쳐 한일 양국이 정보를 전달받는 3각 공유 방식은 “꽤 복잡하고 번거로우며 불편한데다 위기 상황에서는 사실상 쓸모가 없다”고 그는 혹평했다. 그러면서 “특히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을 때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도 이날 국무부 고위 당국자가 지소미아와 관련해 “(한일) 분쟁이 협정의 유지 가능성을 상당히 훼손했지만 (갱신 기회를) 완전히 잃은 것은 아니다”며 “바라건대 다시 회복시킬 기회들이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한일 양 쪽이 상황을 진정시키고 진지하게 협상으로 돌아오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그들이 관계 개선에 나서도록 하는 데 여전히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이것은 양국 지도자들 사이의 분쟁”이라며 “그들은 양 쪽 모두 도움이 안 되는 선택들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오늘 이 얘기를 하는 것은 한국의 최근 조치가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며, 이는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실시된 이틀간의 독도방어훈련도 거론하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또 다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이 한일 간 실무 레벨에서 지속되는 대화에 기운을 얻었다”며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개선을 매우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 무역관리령을 시행한 것에 대한 동아일보의 질의에 “한일 양국은 이런 민감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미국은 두 나라 모두의 가까운 친구이자 동맹국으로서 그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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