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훈련 문제삼지 않던 美, 한국에 불만수위 높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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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파기 파장]
지소미아 파기에 비판 목소리 확산

미국 국무부가 26일(현지 시간) 한국의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 “한일 갈등을 해결하는 데 생산적이지 않다”고 밝힌 것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 발표 후부터 표시해 온 ‘깊은 우려와 실망’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만큼 한일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들을 예의주시하며 강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독도 방어훈련은 1996년부터 정례적으로 이뤄져 왔으며, 2008년부터는 매년 2차례 실시됐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 훈련을 문제 삼은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일본의 계속된 독도 도발로 양국 간 갈등 수위가 치솟았을 때에도 미국은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다. 국무부도 이날 동아일보에 보낸 논평에서 “미국은 리앙쿠르 암초(독도에 대한 미국의 표기 관행)의 주권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없다. 이는 한국과 일본이 평화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해외 국가 간 영토 분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독도 훈련을 거론한 것은 그만큼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의 강도가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한일 갈등이 양국 간 역사적, 경제적 분쟁을 넘어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으로 확대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무부가 이에 따라 자칫 영토 분쟁을 재점화시킬 소지가 있는 독도 방어훈련에 대해서까지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훈련 자체가 아니라 예년보다 2배 이상 투입된 병력의 규모, 지소미아 종료 결정 후 사흘 만에 이뤄진 훈련 시기 등을 문제 삼았다. 국무부는 이와 함께 훈련의 내용과 의미 전달(messaging)에 대해서도 “한일 갈등 해결에 생산적이지 않다”고 언급했다. 훈련 자체를 함구해 왔던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훈련 사진과 영상까지 공개한 것이 일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앞서 23일 오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들은 이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문(재인)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국가 이익에 피해를 줬다”고 강하게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미국의 강경한 대응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엘리엇 엥걸 하원 외교위원장은 공식 성명을 내고 “지소미아를 종료한 한국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을 매우 우려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한일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 영향을 주는 실질적인 국가 안보 기반의 협력을 저해하게 방치한 것은 무책임하다”고도 덧붙였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독도훈련#지소미아 파기#미국 불만#한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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