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아닌 현재’ 이정후·강백호, 이미 시작된 다음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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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7일 15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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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이정후(왼쪽)-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키움 이정후(왼쪽)-KT 강백호. 스포츠동아DB
‘한국야구의 미래’라는 타이틀은 이제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 3년차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와 2년차 강백호(20·KT 위즈)는 이미 한국야구의 현재로 우뚝 섰다.

첫 등장부터 ‘센세이션’이었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후는 고졸 신인 최초로 144경기에 전부 출장해 타율 0.324(552타수 179안타), 111득점을 기록했다. 역대 신인 최다 안타와 득점 기록을 새로 쓰며 이견 없는 신인왕에 올랐다. 등장 당시만 해도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야수총괄의 후광을 벗기 힘들 것으로 보였지만 이제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은 쏙 들어갔다. 스스로의 다짐처럼 아버지가 이정후 효과를 누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정후 신드롬이 채 식기도 전인 2018년에는 강백호가 나타났다. 스타일은 판이했다. 이정후가 정교함을 갖췄다면 강백호는 파워로 승부했다. 고졸 신인 최초로 데뷔 첫 타석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강력한 출발을 알렸다. 138경기에서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으로 역시 압도적 신인왕에 등극했다. 고졸 신인 최다홈런, 최초의 3연타석 홈런 등 각종 기록도 남겼다.

이들은 해마다 ‘업그레이드’를 다짐했고, 이를 실현하고 있다. 26일까지 이정후는 119경기에서 타율 0.331, 74득점을 기록 중이다. 16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이 부문 선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베어스·164개)를 바짝 추격 중이다. 만일 이정후가 타이틀을 따낸다면 1994년 이종범(당시 해태 타이거즈·196안타)에 이어 역대 최초 ‘부자 안타왕’ 등극도 가능하다. 강백호 역시 93경기에서 타율 0.338, 11홈런, 46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파워로 리그를 놀라게 했다면 올해 콘셉트는 정교함이다. 최근 페이스가 다소 주춤하지만, 상승곡선에 다시 오른다면 역대 최연소 타격왕 등극도 노려볼 만하다.

이렇듯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들이니 벌써 누군가의 목표로 지목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26일 열린 2020 KBO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한 1차 지명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이들을 ‘저격’했다. ‘프로에서 상대하고 싶은 타자’라는 공통 질문에 신지후(한화 이글스)와 이민호(LG 트윈스)는 이정후, 오원석(SK 와이번스)과 김태경(NC 다이노스)은 강백호를 꼽았다. 박병호, 김하성(이상 키움), 최정(SK) 등과 나란히 거론된 것이다.

이정후는 올 시즌을 앞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나와 (강)백호 등 또래를 ‘베이징 키즈’라고 부른다”며 “언젠가 우리가 대표팀에서 활약한다면 우리를 보고 야구를 시작하는 이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또 다른 세대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 바 있다. 이정후의 바람은 이미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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