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누구 편?’ 中 압박에 홍콩 기업들, 정부 편으로 돌아섰다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26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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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반대에서 시작한 홍콩의 시위가 반정부 운동으로 확대되면서 시위에 참여한 직원들을 지지했던 홍콩 내 기업들이 점차 입장을 바꾸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직원이냐, 정부 편에 설 것이냐의 결단을 요구하는데 사실상 후자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기업들의 입장 변화는 홍콩을 감독하는 최고 중국 관리의 압박 후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국 국무원에서 홍콩·마카오 사무를 총괄하는 최고위 관리인 홍콩·마카오 판공실 장샤오밍 주임은 지난 7일 선전에서 개최된 홍콩 관련 포럼에서 “시위가 홍콩정청이 통제할 수준을 넘어선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홍콩에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인민군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압박은 즉각 효력을 나타냈다. 2000여명의 직원들이 시위대가 주도한 파업에 참여한 캐세이퍼시픽의 루퍼트 호그 최고경영자(CEO)가 자리에 물러났다. 중국 정부가 자국 영공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홍콩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홍콩의 정치적·경제적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말고도 홍콩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그들의 가장 중요한 시장인 중국 본토의 수요와 직원들의 감정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홍콩 입법회 의원인 마이클 티엔은 “홍콩의 모든 회사는 미묘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직원들이 시위에 참여하길 원하면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직원들 단속에 나섰다. 회계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임원은 직원들에게 회사를 나쁘게 볼 수 있는 어떤 것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개인 행동으로 회사를 잘못 이해시키거나 위태롭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티엔 의원은 “중앙정부가 기업에 압력을 가하면 직원들에게 일련의 연쇄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는 내부적으로는 더욱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설상가상으로 악화된 경제 상황 때문에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WSJ에 따르면 오늘날 홍콩 경제에 대한 압박은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과 세계경제의 약화로 더욱 복합적인 상황이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로, 중국이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할 경우 많은 외교관과 기업인들은 홍콩의 금융 중심지로서의 생명이 사그라들수도 있다고 본다.

홍콩에 투자하고 있는 한 투자자는 “이미 진행 중인 홍콩으로부터의 두뇌 유출은 가속화될 것이고, 실력 있는 외국인들은 여기로 오는 것을 더욱 단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초기에 직원들의 반송환법 시위 참여 권리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사유를 묻지 않고 휴가를 허락해주기도 했던 많은 홍콩 기업들은 극적으로 입장을 바꿨다.

중국 정부의 압박 후 홍콩의 대기업들과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홍콩 정부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신문 광고를 내보냈다. 영국계 은행인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는 광고를 통해 소요사태의 종식을 요구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응에도 다양한 편차가 있다고 분석한다.

지난 9일 씨티그룹, HSBC 등 은행 및 기업 경영진들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과의 회의에 소집되어 경제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골드만삭스 등 몇몇 은행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았지만 홍콩에 설립되어 중국과의 사업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HSBC는 람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장 무대에 나란히 서는 부담스러운 장면까지 불사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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