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없다” 하루만에 말바꾼 트럼프… 연준에 “정신 차려야” 화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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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 “재정적자 위험” 반대하자… “美경제 강해” 오락가락 행보
파월 향해 “퍼팅 못하는 골퍼”… 금리인하 압박위해 원색적 비난
언론엔 “경기침체 창조” 거친말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다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하루 전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금리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냐는 질문에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머리를 쓴다면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파월 의장에 대해 맹공을 이어갔다. 워싱턴=AP 뉴시스
어제 말 다르고 오늘 말 다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하루 전 자신의 발언을 뒤집었다. 또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게 금리를 낮춰줄 것을 요구하고 있냐는 질문에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머리를 쓴다면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파월 의장에 대해 맹공을 이어갔다. 워싱턴=AP 뉴시스
경기 부양을 위한 ‘감세(減稅)’ 카드를 꺼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락가락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 대신 경기 침체 논란의 책임을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 돌렸다. 심지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퍼팅 못하는 골퍼”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우리는 그것(감세)이 필요 없다. 우리는 강한 경제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 “많은 사람들이 급여세 인하를 보길 원한다”고 했던 자신의 말을 바로 뒤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본이득세를 물가에 연동해 인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나는 물가와 연동하는 것을 살펴보지 않고 있다”면서 “나는 중산층과 노동자를 위한 감세를 원한다”고 일축했다.

백악관은 최근 감세 정책에 대해 매일 말을 바꾸고 있다. 19일 미 언론이 감세 추진을 보도하자 호건 기들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곧바로 부인했지만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감세를 언급했다. 그리고 이날 또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이 여론을 떠봤다가 부정적 기류가 우세하자 이를 접으면서 생긴 혼란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갈지자 행보의 이유로 재정적자 우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날 미 의회예산국(CBO)은 2017년의 감세, 미중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2020 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재정적자가 사상 최초로 1조 달러(약 1210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백악관 참모들은 감세가 경제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부 참모는 대통령이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통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독일은 제로(0%)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연준은 어디 갔나”라며 “우리는 중국 및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상을 잘 해내고 있다. 유일한 문제는 우리가 제롬 파월과 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파월이 제대로 된 일, 큰 폭의 (금리) 인하를 한다면 미국은 큰 성장을 하겠지만 그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그간 잘못된 결정을 내렸고 기대를 저버렸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자율이 훨씬 낮은 많은 국가와 경쟁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강한 달러가 미 수출을 힘들게 한다. 정신 차려라 연준!”이라며 연준과 강달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수치와 사실들이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는데도 망해 가는 주류 언론이 경기 침체를 ‘창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며 언론도 비난했다.

대통령으로부터 거센 금리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파월 의장은 23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연설한다. 세계 40여 개국 중앙은행 수장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금리 정책에 대해 그가 어떤 발언을 할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트럼프#미국#금리 인하#연준#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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