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왜 그럴까…어른만큼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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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22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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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집 스틸 © 뉴스1
영화 우리집 스틸 © 뉴스1
“우리집은 진짜 왜 그럴까?”
“우리집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맨날 싸워.”
“내가 지킬 거야, 우리집.”

영화 ‘우리들’로 유수 영화제와 시상식의 상을 휩쓸었던 윤가은 감독이 이번엔 ‘우리집’으로 돌아왔다. ‘우리집’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숙제 같은 가족의 문제를 풀기 위해 어른들 대신 직접 나선 동네 삼총사의 빛나는 용기와 찬란한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매일 다투는 부모님이 고민인 12세 하나(김나연 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나는 부모를 화해시킬 방법으로 가족 여행을 제안하지만, 하나의 제안은 부모의 더 큰 갈등을 몰고올 뿐이었다. 여름방학 어느날, 하나는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 자매를 우연히 알게 되고 마음을 나누며 점차 가까워진다.

하나는 유미 유진 자매도 자주 이사를 다니는 게 고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은 풀리지 않는 가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하며 ‘우리집’ 지키기에 나서게 된다. 하나는 자신의 바람대로 가족 여행을 떠나고 부모님을 화해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유미와 유진 자매 가족의 이사도 막을 수 있을까.

전작 ‘우리들’이 친구와의 관계를 풀어낸 이야기라면, ‘우리집’은 가족 관계를 시작으로 아이들이 더욱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아이들은 자신들, 그리고 가족들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어른들보다 문제를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아이들을 어른들의 문제에서 배제돼야 하는 존재가 아닌, 가족 구성원의 주체로 생각하는 윤가은 감독의 관점에서 비롯됐다.

가족을, 그리고 우리집을 지키기 위한 아이들의 해결책은 순수하다. 그래서 더 뭉클하다. 하나는 부모, 오빠와의 단란한 한끼를 위해 직접 장을 봐오고 밥을 차리기도 하면서 가족들의 관계를 돌려놓기 위해 애쓰고, 유미 유진 자매의 이사를 막으려 집을 보러온 손님에게 벌레가 많이 나오고 집이 너무 덥다는 귀여운 거짓말을 하곤 한다. 그저 우리집과 가족을 지키고픈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들이 관객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만든다.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문제, 그리고 이들의 감정 변화를 공감되게, 그리고 세심하게 담아낸 윤가은 감독의 연출력은 ‘우리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물놀이, 종이집 만들기 등 아이들의 놀이를 비롯해 눈부신 여름 햇살 아래 따스한 영상미도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또 각각 하나와 유미, 유진을 연기한 김나연과 김시아 그리고 주예림의 연기력도 돋보인다. 자연스럽고 현실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웃음과 감동까지 전한 삼총사의 활약이 인상적이다.

영화는 예상하지 못했던 하룻밤의 여행 끝에 변화된 이들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짓는다. “하나가 이런 가족에게 밥도 차려주고 이런 가족과 같이 살아가겠다고 인정하게 되는 시작이 엔딩이 되길 바랐던 것 같다”고 밝혔던 윤가은 감독의 말처럼, 아이들의 내면의 성장을 통해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 밥 먹자. 든든하게 먹고 여행 준비하자.” 하나의 본격적인 여행이 영화가 끝나고 어떻게 펼쳐질지, 그 이후의 상상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22일 개봉.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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