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복무’ 안지킨 해경 조종사…법원 “법위반 아냐”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12일 0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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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11개월 교육 뒤 조종사 면허 취득
4년여 조종사 근무 뒤 의원면직 신청
법원 "서약은 했지만 근거 법령 필요"

국비로 면허를 딴 해양경찰 조종사가 10년 이상 근무하겠다는 서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1억여원을 물어줄 처지에서 벗어났다.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령에 근거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국가가 해양경찰 조종사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1년 8월 해양경찰청이 공고한 고정익 항공기(날개가 동체에 고정된 항공기) 조종사 양성과정에 지원해 최종 선발됐다. 당시 장기복무 서약서를 제출한 A씨는 국가로부터 교육비, 여비 등 1억19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1년 11개월 간 조종사 위탁교육을 받은 뒤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 면허를 딴 A씨는 2013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약 4년 1개월 간 해양경찰청 소속 조종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11월 가사휴직했다가 의원면직을 신청해 지난해 3월 의원면직됐다.

국가는 “A씨가 해양경찰청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로 10년 이상 근무하고, 10년 이상 근무하지 않는 경우 조종사 양성과정에 지출된 교육비 등 소요경비 일체를 일시에 지급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했다”며 A씨를 위해 지출한 1억1900여만원 중 1억189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지난 1월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약정은 ‘최장 6년’의 범위 내에서 ‘훈련 기간과 같은 기간’ 동안 복무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의무복무를 위반한 기간만큼 안분’한 소요경비를 반납하도록 규정한 강행규정인 공무원 인재개발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며 “위 법령의 규정 범위를 초과하는 약정 부분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약정에서 정한 복무의무 및 교육비 반환 부분은 공무원인재개발법 제13조 및 공무원 인재개발법 시행령 제35·36조의 규정 범위 내에서만 유효하다고 할 것”이라며 “A씨가 훈련기간을 2배 이상 초과해 복무했으므로 일부 유효한 이 사건 약정을 기준으로 볼 때 복무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가는 “조종사 양성과정이 해양경창청 고정익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한다는 구체적인 공익 실현을 위해 거액의 국가 예산이 투입된 교육 훈련이므로 장기의 복무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률 근거 없이 체결된 약정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A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재판부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며 “교육훈련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 장기의 복무의무를 부여하는 별도의 근거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공익적 측면 만을 강조해 개인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이 사건 약정을 적법하다고 인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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