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사업 참여 동네의원 한곳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강원 규제자유특구’ 지정 무색
정부, 지난달 특구 지정하면서… 원격진료 첫발 내디뎠지만
의료계 반발로 병원 참여 저조… 효과 검증 통한 사업 확대도 차질

충남 홍성군은 2017년 11월부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가정방문간호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정방문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고혈압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보건지소장에게 원격 진료를 받는 모습. 동아일보 DB
충남 홍성군은 2017년 11월부터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원격 가정방문간호 시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가정방문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고혈압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보건지소장에게 원격 진료를 받는 모습. 동아일보 DB
지난달 정부가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한 강원도 원격의료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이 동네의원 단 한 곳에 불과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수십 년째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원격의료의 규제를 확 풀어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겠다는 특구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특구의 세부 계획을 9일 관보에 고시할 예정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원격의료 사업에 관심을 보인 동네의원이 한두 곳 더 있었지만 의료계 눈치를 보느라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강원도를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하면서 원격의료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강조했다. 강원도에 사는 고혈압과 당뇨 환자는 다음 달부터 최소 2년간 재진부터는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측정한 혈압과 혈당 수치를 의사에게 전송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간호사가 환자 집을 방문한 경우에는 의사가 원격 진단과 처방까지 내릴 수 있다. 환자가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가야만 원격 진단과 처방이 가능한 기존 원격의료 시범사업보다는 진일보한 방식이다.

정부는 강원도 규제자유특구의 원격의료 사업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검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계도 설득해 점차 원격의료를 확대해나갈 계획이었다. 생각보다 의료기관의 참여가 극히 저조해 이 사업이 실효성을 갖고 제대로 추진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2014∼2016년 복지부가 벌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참가한 의료기관 166곳 중 동네의원은 28곳이었는데 당시에도 원격의료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

당초 강원도는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지역 내 대학병원들과 원격 모니터링을 벌일 계획이었다. 규제자유특구위원회는 강원도의 추진 내용을 바꿔 대학병원 대신 동네의원만 원격의료 사업에 참여하도록 했다. 참여 대상을 바꾸는 동시에 원격의료 범위는 의료계가 가장 반대하는 원격 진단과 처방까지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달 2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강원도의사협회장 등 의료계를 만나 참여를 유도했지만 별 소득 없이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강원도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결정이 나와 급하게 동네의원을 섭외해야 했는데 시간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중기부와 강원도는 다음 달 원격의료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 향후 동네의원의 참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계가 강경하게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기대만큼 참여 의료기관 수가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강석태 강원도의사회장은 “복지부 시범사업에서도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원격의료를 환자의 편의성만을 이유로 섣불리 시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국내 원격의료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다른 국가 대비 진척 수준이 상당히 뒤처져 있다. 1990년대 원격진료를 도입한 미국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와 있다. 일본은 2015년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한 데 이어 최근엔 로봇을 활용한 원격수술까지 허용했다. 2000년 시범사업을 시작한 우리나라는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김정욱 한국개발연구원 규제연구센터장은 “의료계에서는 환자의 안전을 이유로 원격의료를 반대한다고 하지만 국민들이 더 편하고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혁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강원도#원격의료사업#규제자유특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