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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兆 ‘탈일본’ 대책 나왔지만…업계·학계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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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兆 ‘탈일본’ 대책 나왔지만…업계·학계 ‘기대 반 우려 반’

뉴스1입력 2019-08-06 16:15수정 2019-08-0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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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5조3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국산화하는 ‘탈(脫)일본 대책’을 내놨지만 산업 현장과 학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정부가 전날(5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의 핵심은 반도체·디스플레이·기계·금속 등 6개 분야 100대 핵심 품목을 5년 내에 국산화하고, 대·중소 수요-공급 기업간 상생 협력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금·입지·세제·규제를 전방위로 풀어주는 ‘특례 패키지’도 준비됐다.

중소·중견기업계는 정부의 전례없이 강력한 종합지원책을 적극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가 요구해 오던 일부 규제가 한꺼번에 완화된 데다 품목 선정부터 개발, 마케팅, 대기업 구매로 연결되는 대·중소 상생안이 빠짐없이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연구·학계 전문가들은 정부 대책이 세심한 설계를 거치지 않고 선포된 탓에 특정 산업 또는 기업에만 특혜를 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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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백색국가)에서 빠진 품목은 1194가지에 달하는데, 정부 대책은 이 중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100여개 품목에만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당장 도산 위기에 처한 중소제조업과 벤처를 살릴 단기부양책이나 적절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소재부품 국산화 목표 전방위 특례 패키지…중소·중견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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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종합지원책을 받아든 중소·중견기업계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6일 “정부가 이번에는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해 일본을 극복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며 “소재부품산업은 규제·세제·자금 등 정책이 함께 병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이번 대책에 모두 다 담겼다”고 호평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수요처인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만든 부품을) 반드시 구매 조건부로 사준다는 마케팅적 보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한 대·중소 기업간 수평적 협력 장치가 대책에 포함됐다”며 “연구개발(R&D) 지원책이나 글로벌 전문기업 300곳 육성안 등 이번에는 대책이 공염불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충열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기업성장지원본부장도 “정부가 대규모 예산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하려는 노력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본부장은 정부가 내놓은 소재부품장비산업 육성 대책이 비교적 단기간에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기업들의 경영과 밀접한 사안이어서 기존 법 개정 작업과는 달리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과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일부 대책 중에는 단기간 성과가 가능한 것들도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도 정부가 대·중소 상생협력 채널을 중심으로 각종 대책을 설계한 점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 본부장은 “중견·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부품을 최종적으로 납품할 수 있느냐가 가장 관건이고 그동안 소재부품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맹점”이라고 진단하면서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이 원천기술을 공동개발하거나 대기업이 국산 부품을 채택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많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안보상 수급위험과 주력산업에 미치는 전략적 중요성이 큰 20개 품목은 내년까지, 전략적 기술개발이 필요하지만 시급성이 덜한 80개 품목은 향후 5년 내에 자립화를 추진한다.

20대 품목은 최단기 내 자체 공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보한 2732억원이 투입되며 80개 품목에는 앞으로 7년간 매년 1조원씩 총 7조8000억원의 R&D 자금이 수혈된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관련 R&D나 시설투자에는 세액공제율이 확대된다.

국내 기업이 핵심 소재부품장비 해외 전문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는 정부가 인수금융 2조5000억원을 지원하고, 법인세는 세액공제한다. 필요한 경우 주52시간제를 넘어선 ‘특별연장근로인가’도 허용된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소재부품장비 글로벌 전문기업(GTS)을 비롯한 강소기업과 스타트업 300곳도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대·중소 상생 협력 장치도 마련됐다. 기업들은 R&D 방식을 기존 정부가 지정하는 방식 외에 개방형·경쟁형·상호보완형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 대·중소 상생협력 모델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상 특별물량을 배정받아야 하는 수도권 공장 신설을 우선 지원하기로 했다.

◇전문가 “규제완화·단기대책 없다…中企, 고통 감내해야”

11개 정부부처가 나서서 대규모 예산 투입은 물론 각종 환경·노동 규제까지 풀어 국내 소재부품 산업의 ‘탈일본’에 속도를 내겠다며 나섰지만, 당장의 ‘발등의 불’을 끄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기업협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곽노성 한양대학교 과학기술정책학과 특임교수는 이번 정부 대책을 100점 만점에 65점으로 평가했다. 곽 교수는 “정부가 응급대책식으로 여러 보완대책을 내놨지만 이것만으로 현재 발생했거나 예상 가능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대한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번 달부터 화평법 규정을 개정해 수급 위험이 있는 화학물질 취급시설 신·증설 시 인허가 기간을 기존 75일에서 30일로 절반 이상 단축하기로 했다.

신규 개발 화학물질에 대해선 관련 정보와 계획서만 제출해도 심사 없이 한시적으로 선(先) 제조할 수 있다. 또 R&D용 물질은 물질명, 제조·수입량 등 최소 정보만 제출하면 기존 14일 걸리던 등록 절차를 면제해 바로 다음 날 처리해준다. 연 1톤(t) 미만 물질을 등록할 경우에는 2년간 시험자료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산안법상 화학물질 안전보고서 심사 기간도 기존 평균 54일에서 30일 내로 단축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곽 교수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미봉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부는 단지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화평법, 화관법 규제를 일시적으로 미룬 것이지 기준을 낮추거나 면제한 것이 아니다”며 “결국 순서만 바뀌었을 뿐 기업들은 여전히 규제의 제재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소재부품산업이 절대적 ‘비교열위’에 놓여 있지만, 일본보다 강도 높은 규제를 고수하고 있다. 곽 교수는 “한국의 화평법 규제 수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편에 속한다”며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제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일본과 경쟁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강화대책이 최대 100여개 핵심 품목에 집중된 점과 1년 미만 단기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점도 비판 대상이다.

곽 교수는 “정부의 대책을 살펴보면 최단 시간에 공급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는 20개 품목은 1년이 걸리고, 다른 80개 품목은 5년 이상의 중장기 대책으로 봐야 한다”며 “나머지 1000여개 품목을 취급하는 기업에 대한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중소제조업 269개사 중 59%가 “일본의 수출 규제가 계속되면 6개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벤처기업협회가 전날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도 국내 벤처 335개 사 중 38.5%가 최대 감내 기간으로 6개월을 꼽았다.

곽 교수는 “기업들이 평균 2개월 분량의 재고만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놓고 보면 당장 1개월, 3개월짜리 단기 부양책이 나왔어야 한다”며 “대체 수입원을 찾아보겠다는 수준의 대책으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대다수의 중소·벤처기업들은 단기적으로 ‘생존’을 위한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납품이 끊기면 곧바로 도산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크지만 단기적인 방안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일단 가용할 수 있는 자금력을 투입해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위원은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뤄내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하다”며 “중소기업에 짧게는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긴급 유동성을 공급해 위기를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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