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게임, 美총격사건 원인이라고?…잘못 짚었다”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6일 11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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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두 건의 총기 사건의 원인으로 정신질환과 비디오게임을 비난한 것에 대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근거가 없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사건과 관련, 백악관 연설에서 “정신질환자를 더 잘 식별하기 위해 정신건강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정신질환과 증오가 방아쇠를 당기는 거지, 총이 당기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사람들을 급진적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덧붙였다.

5일(현지시간) CNN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최근 총기 사건의 다른 요인들인 증오나 편견, 살상무기 접근성과 정신질환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보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원인을 잘못 짚었다”고 비판했다.

아서 에번스 미국심리학회 최고경영자(CEO)는 “모든 총기 사건을 정신건강 문제로 보는 것은 부정확하고 (정신질환자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이라며 “대량 살상 사건에는 매우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로리 앤 포스트 노스웨스턴 대학 파인버스 의대 의료사회학 교수는 “대규모 총기 살상 사건을 정신건강 문제로 보는 것으론 다음 번 총기 사건을 예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미정신질환연맹에 따르면 미국 성인 5명 중 1명에 해당하는 4660만명이 매년 정신질환을 겪는다. 포스트 교수는 실제로 총격 사건 범죄자가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경우는 5%도 채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포스트 교수는 “최근 연구 추세에 따르면 대량 살상 사건은 특정 유형들에 속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 정신질환과는 관계가 없다”며 가정폭력이나 증오범죄, 보복살해를 해당 유형으로 지목했다.

그는 “정신질환은 총기 사건과 어느 정도 관련은 있지만 그건 대부분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고 대량 살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제프리 스완슨 듀크대학 정신·행동과학 교수는 “미국과 정신질환 발병률이 비슷한 다른 나라들도 있지만 그곳에는 이런 대량 살상 사건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총기 범죄자들에 ‘정신질환 괴물’이라는 꼬리표를 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비디오 게임과 관련, WP는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대량 살상을 유발한다는 흔한 정치인들의 설명도 학계에서는 오래 전 반박됐다”고 전했다.

조너선 메츨 밴더빌트 대학 의학센터장은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것과 사람을 향해 실제 총을 쏘는 것 사이에는 전혀 통계적인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2004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30여 건의 학교 총격 사건 중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과 관련된 경우는 1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미국보다 유럽이나 아시아에서 비디오 게임이 더 많이 유행하지만, 총기 사건 발생율은 훨씬 낮다며 총기에 대한 쉬운 접근성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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