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대신하나?” 공필성 대행의 믿음, 롯데 바꿔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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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8월 4일 17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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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공필성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롯데 공필성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오히려 되묻고 싶습니다. 그럼 이대호(38)와 손아섭(31)을 누가 대체할까요.”

전반기 최하위. 롯데 자이언츠의 2019시즌은 그대로 끝나는 듯했다. 전반기 종료 직후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반 사임했다. 단장은 여전히 공석이지만 현장은 공필성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수습 중이다.

공 대행의 색깔은 확실하다. 선수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낯을 가리는 젊은 선수들에게 먼저 ‘손 하트’로 인사를 건넨다. 1군이 어색한 선수들은 그때라도 잠시 웃으며 공 대행에게 손 하트로 화답한다. 부산의 색채가 잔뜩 묻어 있는 말투로 “나는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출신이다. 서울 사람이라고 생각하라”고 너스레를 떠는 것도 이러한 배려의 일환이다.

이는 베테랑에게도 마찬가지다. 리그 전반에 베테랑 소외 현상이 불고 있지만 ‘공필성호’에서만큼은 예외다. 공 대행은 부임 직후 이대호에게 4번타순을 다시 맡겼고, 추격조에 그쳤던 ‘베테랑’ 손승락에게 마무리 투수 자리를 다시 줬다. 손아섭은 비록 주장 완장을 민병헌에게 넘겼지만 공 대행 야구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공 대행은 이들의 부진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면 “누가 그들을 대신할 수 있겠나. 물론 경기에 출장할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의 역할까지 생각하면 대체자를 찾기 어렵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이)대호나 (손)아섭이의 야구 인생에서 이런 시기는 처음이다. 스스로 극복할 시간을 주고 싶다. 그들이 힘에 부쳤을 때 ‘저 2군에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이 나와야 한다. 억지로 조정하면 선수가 다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참들은 소외받고 외로운 존재다. 고참이 구심점이 돼야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긴다”는 철학도 덧붙였다.

2할대 후반에 머물고 있는 ‘전 캡틴’ 이대호와 손아섭. 이들이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롯데의 성적 역시 오르기 힘들다. 하지만 전폭적인 신뢰 아래에서 조금씩 기지개를 켜고 있다. 3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손아섭은 멀티히트, 이대호는 결승타를 기록했다. 롯데는 이날 승리로 5월 22일 10위 추락 이래 74일 만에 탈꼴찌에 성공했다.

물론 하루 만에 10위로 내려앉을 수 있는, 사상누각의 순위다. 여기에 ‘9위와 10위가 무슨 큰 차이인가’라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의 야구는 올 시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순위표와 상관없이 분위기를 바꿔야 2020시즌 이후를 구상할 수 있다. 구단 안팎에서도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어찌 보면 후반기 머물 감독대행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시선에서 공 대행의 책임감은 막중하다. 스스로도 이를 알고 있다. 베테랑들의 기지개가 작지만 큰 변화인 이유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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