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부장검사 사의…“환경부 블랙리스트 소신껏 수사”

  • 뉴스1
  • 입력 2019년 8월 1일 14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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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검찰 로고 뒤로 펄럭이는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비춰 보이고 있다.  News1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검찰 로고 뒤로 펄럭이는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비춰 보이고 있다. News1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을 수사한 주진우 동부지검 형사6부장(44·사법연수원 31기)이 1일 사의를 표명했다.

주 부장검사는 전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다. 주 부장의 이번 인사를 두고 현 정부에 대한 수사에 따른 ‘좌천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주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의 글을 게재, “‘정도를 걷고 원칙에 충실하면 결국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능력과 실적, 조직내 신망에 따라 인사가 이뤄진다는 신뢰’, ‘검사로서의 명예와 자긍심’이 엷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제 ‘공직관’이 흔들리고 있는데 검사 생활을 더 이어가는 것은 ‘국민과 검찰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명예롭지도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저를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주 부장검사는 특히 “지난 1년간 ‘환경부 사건’ 등을 수사하면서 수많은 법리 검토와 토의, 이견의 조율을 거쳤고, 의견이 계속 충돌할 때는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통해 결론을 냈다”고 했다.

그는 “수사 결과는 여러모로 부족했다”며 “검찰 내의 ‘투명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해 수사를 이끌고 가 ‘지휘라인과 수사팀 모두가 동의하는 결론을 냈다’는 점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저는 정치색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검사”라며 “아는 정치인도 없고, 그 흔한 고교 동문 선배 정치인도 한 명 없다. 정치적 언동을 한 적도 없고 검찰국에서 발령을 내 어쩔 수 없이 청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이다”고 적었다.

이어 “‘환경부 사건’을 수사함과 동시에 ‘세월호 특위 조사방해 사건’의 공소유지를 전담했고, 일이 주어지면 검사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동일한 강도와 절차로, 같은 기준에 따라 수사와 처분을 할 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다고 믿고 소신껏 수사했으며, 피의사실 공표 등 인권침해가 없도록 각별히 유의했다는 점은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 대연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주 부장은 2002년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부장 검사와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를 지냈다.

특별수사를 맡는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그동안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 법무부 등 주요보직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으나 주 부장의 경우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장으로 발령나 좌천성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장의 직속 상관이던 권순철 서울동부지검 차장(50·25기)도 전날 한직으로 분류되는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된 직후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

권 차장은 “20년 동안 직장에 출근하면서 하루도 기대와 설레임이 없는 날이 없었다”며 “양심적 판단에 어긋나게 처리하는 사건이나 결정은 없었기에 언제나 기쁜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는 메시지라고 한다”며 “다른 분들에게는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그래, 수고했어. 충분했어’라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린다”고 했다.

당시 서울동부지검장이었던 한찬식 전 검사장(51·21기)도 윤 총장 취임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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