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선수서 ‘병수볼’ 핵심으로 우뚝…강원FC 김지현의 반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6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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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결정력을 더 늘려서 무게감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수줍은 듯 긴장된 목소리였지만 결의가 느껴졌다. 강원 김지현(23)은 올 시즌 국내 프로축구에서 가장 뜨거운 신인이다. 프로 2년차지만 벌써 8골. 전북에서 뛰던 김신욱이 중국 상하이 선화로 떠난 뒤 내로라하는 국내 대스타들을 제치고 문선민(전북), 박용지(상주)와 함께 외국인 선수들을 제외한 국내 선수 최다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김지현이 주목 받는 것은 그가 갑자기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고교와 대학시절은 물론 프로 1년차였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는 12경기에서 3골을 넣었는데 올해는 최근 3경기 4골을 비롯해 21경기에서 8골을 기록하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선수냐?”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원인으로 그는 자신감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에는 막 대학을 마치고 프로팀으로 와서 긴장도 많이 했다. 프로 무대에서 뛰기에는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훈련을 통해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할 것을 계속 생각했다. 그러면서 조금씩 플레이를 개선했다. 이후 득점이 이어지면서 자신감도 많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강원 김병수 감독의 주문도 많았다. 김지현은 “감독님께서 항상 슈팅을 많이 하라고 주문한다”고 전했다. 올 시즌 김 감독은 전방 압박 및 다양한 포지션 변화를 통해 색깔 있는 공격 축구를 구사하고 있다. 김 감독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병수볼’이라는 별칭이 생길 만큼 개성 있는 축구를 구사한다. 하지만 그 만큼 선수들은 많이 뛰어야 한다. 김지현도 미드필더에서부터 공격수 윙어 등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어떤 포지션이든 주어진 역할을 다 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은 7월 21일 울산과의 경기에서 묵직한 다이빙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뽑아 낸 것을 비롯해 다양한 각도에서 골을 기록했다. 184cm 80kg인 그는 공격수이면서도 전방 압박이 좋고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힘이 좋고 묵직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공을 지키려는 집요함도 돋보인다. 그는 “감독님께서 지킬 공은 끝까지 지키라고 하십니다”라고 말했다.

김병수 감독은 김지현에 대해 “피지컬이 좋은 편이라 제공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매우 파워 풀한 스타일이다. 거기에 득점력까지 갖춘 선수라고 볼 수 있다”며 “기술과 체력을 겸비했다”고 평했다. 김지현은 “수비 뒤쪽 공간을 파고드는 걸 좋아한다”며 최전방 침투 공격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제주제일고 출신인 그는 고교시절 발목을 크게 다쳤다. 이 부상으로 인해 활약이 다소 주춤해지면서 대학 진학 때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경남 김해의 인제대학교에 입학한 뒤 편입으로 강원 원주에 있는 한라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의도적으로 프로에 늦게 진출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에는 일찍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대학무대에서 최선을 다했고 두각을 나타냈다. 편입 후 출전한 대회에서 해트트릭을 하는 등 맹활약 한 덕분에 강원 관계자의 눈에 띄어 프로 입단에 성공했다.

고교시절 부상으로 자칫 무명선수로 묻힐 뻔 했던 그는 우여곡절 끝에 프로에 데뷔한 뒤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위에 머물렀던 강원은 26일 현재 10승 4무 8패(승점 34)로 4위를 달리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 선봉에는 김지현의 활약이 있다. 무명 신인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김지현의 돌풍도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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