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의 공로자들[동서남북/정재락]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울산 태화강 대공원에는 수령 200∼300년 된 버드나뭇과의 용버들 두 그루가 서 있다. 대공원 조성 공사 과정에서 베어질 위기도 있었지만 잘 보존돼 지금은 공원의 상징이 됐다. 22일 오후 용버들 주위 광장에서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서 헌정식이 시민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태화강이 전남 순천만에 이어 국가정원 2호로 지정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인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하는 행사였다.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은 경기 불황으로 축 처진 울산시민들의 어깨를 끌어올릴 희소식이다. 시민들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울산시민 20%가 국가정원 지정 서명에 참여했다. ‘죽음의 강’이던 태화강을 ‘생명의 강’으로 만든 것도 시민들의 힘이었다.

정치인들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등 전국의 5, 6개 자치단체와의 치열한 경합을 뚫고 국가정원 지정을 성사시킨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이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컸다. 송 시장은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이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청와대와 관련 부처를 줄기차게 설득했다. 특히 관련 법 개정으로 이달 16일이 지나면 국가정원으로 지정받는 데 최소 6년이 더 경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11일 정부의 결단을 이끌어냈다.

당초 국가정원 83만5452m² 대부분은 사유지였다. 태화강 십리대숲도 1987년 홍수 예방을 위해 모두 베어질 위기에 놓였다. 1994년에는 이 일대 18만6000m²가 하천부지에서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시민들이 ‘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 등을 펼치며 태화강 지키기에 나섰다.

건설교통부는 결국 2005년 하천부지로 환원했다. 울산시도 때맞춰 이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주들이 울산시청을 점거하는 등 반발이 컸다. 하지만 당시 박맹우 울산시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뚝심으로 밀어붙였다. 1000억 원을 확보해 사유지도 사들였다. 사유지 매입비 727억 원은 국비로 충당했다. 국비 확보에는 이곳이 지역구인 한국당 정갑윤 의원의 공이 컸다. 박 전 시장은 태화강변 언덕에 추진하던 아파트 건설을 끝내 허가해주지 않았다. 그 대신 에쓰오일의 기부로 영남 5대 누각으로 불렸던 태화루를 복원시켰다. 박 전 시장 후임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서명운동과 정원박람회를 여는 등 국가정원 지정을 위한 요건을 차근차근 갖췄다. 송 시장이 11일 이들에게 감사를 표시한 이유다.

이제 태화강 국가정원 주변의 교통 혼잡과 주차난 해결이 급선무다. 하지만 편의시설 확충에만 급급해 시민들이 어렵게 지켜낸 태화강이 훼손되면 안 된다. 울산이 산업수도에서 생태문화 역사·관광도시로 진입하는 출발점이 무엇일지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