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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과 조국의 ‘직구 승부’[청와대 풍향계/한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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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과 조국의 ‘직구 승부’[청와대 풍향계/한상준]

한상준 정치부 기자 입력 2019-07-16 03:00수정 2019-08-2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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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모습. 조 수석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거친 질문을 대부분 잘 피해갔다. 동아일보DB
한상준 정치부 기자
지난해 12월 말 야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등을 따져 묻겠다며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요구했다. 대신 청와대는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처리를 원하던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두 안건을 맞바꾸기로 하고 조 수석의 국회 출석 시점을 이듬해 1월 중순 정도로 고려하고 있었다.

12월 27일 오전 9시 5분 티타임 회의에서 한병도 당시 정무수석 등이 이런 내용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문 대통령의 시선이 조 수석에게 향했다.

“(국회에) 나갈 준비가 돼 있습니까?”(문 대통령)

“네. 돼 있습니다.”(조 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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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연내에 합시다.”(문 대통령)

연내라면 채 나흘밖에 남지 않았던 상황. 다른 참석자들의 눈이 커졌지만, 조 수석은 망설임 없이 “네” 하고 답했다. 한 참석자는 “다들 국회 경험이 없는 조 수석이 짧은 시간에 출석 준비를 할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조 수석은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 전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이 국회 출석에 대해 따로 논의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조 수석의 국회 출석을 받아들이면서 27일 오후 늦게 ‘김용균법’은 통과됐다. 그리고 나흘 뒤 조 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했지만 야당의 공세는 예상처럼 위협적이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목표와 원칙을 정하면 직진하는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공통된 성향이 드러난 대목”이라며 “야당의 공세에 밀리지 않는 조 수석을 보며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문제없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6개월 지난 지금, 문 대통령은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조 수석을 사실상 낙점했다. 조 수석 역시 여당 의원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해명 자료를 보낼 정도로 이미 준비에 들어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 개혁 이슈와 적폐청산을 문 대통령의 ‘분신(分身)’인 조 수석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조 수석이 문 대통령의 분신으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변화구를 던질 줄 모르고 오로지 직구만 던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 수석 역시 사석에서 “나는 분쟁을 회피하는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조 수석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해 무수한 말이 나오지만, 개의치 않고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올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회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대권 재수(再修) 행보를 본격 시작한 2015년 1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았다”고 했다. 조 수석도 총선 출마를 권하는 여당 의원들에게 “앞에서는 싸우고, 뒤에서는 웃으며 악수하는 건 성격상 절대 못 한다”고 말했다. 이런 두 사람의 성향이 맞물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란까지 감수하며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직행이라는 ‘직구 승부’를 건 것이다.

청와대가 조 수석을 포함한 개각 명단을 발표하는 순간 정국은 ‘조국 블랙홀’로 빠져들고, 야당은 조 수석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으며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문 대통령은 앞선 15번의 경우처럼 조 수석에게 장관 임명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과연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첨예한 이슈를 잡음 없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검찰의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법 집행을 할 수 있을 것인가.

1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 따르면 조 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에 찬성하는 여론은 46.4%, 반대하는 여론은 45.4%였다. 성과를 발판으로 기대와 우려가 팽팽한 이 상황을 바꿔놓을 수 있느냐가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진짜 승부가 될 것이다.
 
한상준 정치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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